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영화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영화평)

입력
1996.06.24 00:00
0 0

◎기술문명의 세기말 징후 동화세계로 “경고”/뛰어난 상상력의 의상·시각효과 관객에 즐거움 선사「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는 암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암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 영화는 「델리카트슨」을 공동연출했던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감독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기술문명에 대한 불신과 휴머니즘에 대한 애착을 그린다.

중세 고딕 분위기를 띠는 해양도시가 주무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영화의 배경을 이루는 시간과 공간은 가상의 세계이다. 가상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양축은 꿈을 잃어버린 세계와 어린 아이들의 세계이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혼란한 사건들이 두 세계간의 대립과 만남을 통해 전개된다. 영화적 상상력과 환상이 극대화된 화면에 기술문명적 사고의 세기말적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다.

「잃어버린…」은 색다른 영화성격과 분위기를 반영하듯 기존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SF, 코미디, 공포영화의 다양한 특성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고 낯선 성격의 캐릭터가 수시로 등장한다. 뛰어난 상상력이 가미된 의상, 소품, 세트의 시각적 효과는 관객을 동화적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현실의 놀라운 표현, 상을 왜곡시키는 카메라 렌즈의 특성을 이용한 화면처리는 현대인의 영상적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고독에 지친 과학자가 만든 복제인간은 극단적인 첨단 과학문명의 미래를 예시하고 있다. 신체는 없고 카메라의 눈만이 장착된 인공두뇌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상징이다. 거부감이 생기고 비관적인 느낌마저 줄 수 있는 광경들이지만 관객은 이를 자연스럽게 영화적 유희장치로 수용한다. 미래 과학의 쇄락을 통해 비인간화한 현대사회를 비판하고자 했던 리들리 스콧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와는 근본적으로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은 21세기 첨단과학의 상황을 19세기를 연상케하는 기계장치들에 의해 표현하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계 장치들은 모두 구식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박물관에서 골동품을 보는 듯 편안해지고 익숙하고 안전한 상황 속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잃어버린…」은 「마술로서의 영화」를 꿈꾸었던 초기 영화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기에 그 목적은 진지한 의미찾기보다 영화적 즐거움에의 탐닉이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