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일 「월드컵 협력」 시대로(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일 「월드컵 협력」 시대로(사설)

입력
1996.06.24 00:00
0 0

김영삼대통령과 하시모토(교본룡태랑)일본총리의 제주정상회담은 「월드컵 회담」답게 줄을 이은 「합의했다」 「인식을 같이 했다」는 등의 용어가 회담의 성격과 성과를 말해준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마련됐다고 할 만하다.이번 회담에서는 월드컵 공동개최 및 한일관계, 4자 회담과 북한문제, 체육 및 전통문화 등의 교류문제, 역사공동연구, 배타적 경제수역(EEZ) 선포 및 어업협정개정, 북한과 일본관계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껄끄러운 문제는 피했기 때문인지 예상대로 모든 문제에 대해 상호 협조와 이해를 다짐했다.

이같은 협조분위기 조성은 이번 회담이 월드컵의 성공적인 공동개최를 위한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양국의 앞날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가볍게 만나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앞으로도 기대해 볼 만하다. 양국간의 미묘한 문제는 단시일에 해결할 수 없으므로 이같은 대화를 통해 상호이해의 깊이를 더해 나가야 한다.

이번 회담의 진실한 성공은 양국정상이 합의 등을 한 여러문제를 얼마나 구체화 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합의한 문제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역사공동연구만 하더라도 무라야마(촌산부시)전일본총리 시절부터 양국이 필요성을 인정한 사항인데도 일본의 소극적 자세로 아직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 선포, 일본의 북한 접근 등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로 앞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미묘한 문제다.

이러한 제반 문제점과 독도 위안부 과거사에 대한 인식문제 등이 월드컵 열기에 매몰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역사인식문제는 기대와 달리 「과거의 무게와 미래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로 우회해 버렸다. 그나마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군위안부 문제 만큼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준 일은 없다」고 사과와 반성을 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과거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갖추자는 것은 결코 과거를 잊거나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이해가 전제돼 있다. 이것은 양국이 공통으로 노력할 때 가능한 것으로 전통문화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이의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회담은 양국간에 뒤얽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상호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히기 위한 단합대회의 성격이 강했다. 이로써 양국은 그동안 독도문제 등으로 야기된 불편한 관계를 뒤로 하고 「협력」이란 공을 높게 차올렸다고 할 것이다. 이를 「21세기 새로운 동반자시대」란 골로 연결시키는 것은 호혜정신을 바탕으로 한 양국 정부의 치밀하고도 끈질긴 노력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