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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프리 발레단 「빌보드」(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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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프리 발레단 「빌보드」(무용평)

입력
1996.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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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와 거부 공존… 개방적 「미국의 발레」조프리발레단의 내한공연(6월18∼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의미가 깊은 무대였다. 미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보다 깊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유럽이나 러시아의 발레단들이 많은 초청공연을 해 온 데 반해 미국을 대표할만한 발레단으로는 첫 내한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프리발레에 대한 무용인들의 특별한 관심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지금은 중견이 된 과거 한국의 발레학도 대부분이 조프리발레스쿨에서의 연수경험이 있어 친근감이 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의미는 「미국의 발레」를 소개했다는 점에 있는데 자유로운 발상에 의한 발레 「빌보드」는 어찌보면 발레의 종말 혹은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아메리칸 발레시어터나 뉴욕시티발레와 달리 개인의 이름을 걸고 이만한 명성을 유지해 온 힘일 수도 있는 조프리의 특성이라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작품선택이 우선일 것이다. 「빌보드」에서는 특히 록가수 프린스의 음악만을 사용해 장막발레를 고수한 점이 획기적인 발상이었는데 샹송같은 대중가요에 춤을 붙인 소품과는 그 규모가 판이했다. 또한 찰스 물턴, 마고 사핑톤 등 선정된 4명의 안무자들이 현대무용이나 재즈발레 전공자 혹은 비디오아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력이 있는 만큼 기교에 있어서도 발레 고유의 것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빌보드」를 보는 시각은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와 거부의 느낌이 공존할 수밖에 없었다. 보다 중요한 관점은 어느 쪽이건 발레가 처한 창조의 돌파구가 더 이상 없어 보인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제럴드 알피노의 제작의도가 광고에 담긴 메시지에 착안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로라 딘이 안무한 1장 「때로는 4월에도 눈이 내린다」와 찰스 물턴이 안무한 2장 「천둥, 자주빛 비」는 성공적인 메시지전달은 하지 못했다. 록음악에 맞춘 발레소품과 뮤지컬의 단막처럼 보이는 독자적인 해석이 강했다.

반면 마고 사핑톤의 3장 「슬라이드」와 피터 푸치의 4장 「기꺼이 그리고 능히」에서는 감각적인 사랑의 열기나 춤의 흥겨움을 맛볼 수 있어 록음악과 발레기교 혹은 춤의 교감이 조프리의 숨은 기량을 돋보이게 했다.<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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