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15개국 정상들은 21일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영국의 소 12만마리를 더 도살하기로 합의했다. 외국에선 이처럼 질병 가능성만 있어도 도살, 폐기하는데 우리는 병든 소의 고기가 식탁에 오르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어딘가 병들어 있음을 뜻한다.불량, 부정식품은 어제 오늘에 야기된 문제가 아니다. 들추기 조차도 민망할 정도로 그 파동이 줄을 이어왔다. 이때문인지 정부나 국민들이나 이문제에 대해 감각이 무디어진 듯 하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식품문제만은 이와 거리가 멀다.
병든 소 불법도축은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쇠고기는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는 한 상징으로 국민들의 이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이 상징마저 병들었다면 우리사회의 「부정식품」병이 얼마나 깊은 가를 알 수 있다.
가축의 질병중 사람에게 옮기는 전염병은 2백종이 넘는다. 이중 상당수는 소로 인한 것인데 서울성동구 마장동 도축장에 들어오는 소중 병든 소등이 10%를 훨씬 웃돈다니 두려움마저 느낀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병든 소의 고기를 식탁에 올리는데 일부 수의사들까지 거들었다는 점이다. 병든 쇠고기가 인체에 미치는 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이들이 허위 진단서를 발부했는가 하면 도축장에서 소의 질병유무조차 확인하지 않고 형식적인 검사만을 한후 이를 그대로 유통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소를 도살하고 있는 도축장관리체계도 문제다. 병든 쇠고기도 식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축산물위생처리법」도 문제지만 이러한 소를 도살, 유통되도록한 도축장의 책임도 크다. 이번 기회에 병든 도축장관리체계를 재정비, 고기를 믿고 사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해 및 부정식품의 제조·유통은 국민들의 생명을 좀먹는 살인행위다. 이러한 까닭에 선진국에선 이에 대한 처벌이 엄하고 이를 끝까지 추적해 박멸하려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부정식품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그때 그때 반짝단속을 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유해식품사범에 대한 처벌도 무르기만 해 몇백만원의 벌금만 내면 풀려나오게 되어 있다.
부정 및 유해식품 근절은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어우러질 때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유해식품처벌법을 강화하는 등 정부가 이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들도 부정식품등의 문제는 바로 자신의 문제란 인식을 갖고 이의 추방운동을 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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