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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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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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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또 낙하산 인사를 했다. 정권의 전리품 처럼 공기업을 사물화하고 있다는 야당의 강력한 비난이 있었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나서서 호된 질책을 퍼부었지만 문자 그대로 마이동풍, 마음대로 떠들어보라는 듯한 태도다. 정부가 여론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21일 발표된 가스공사 등 4개 정부투자기관 인사도 지난 17일 있었던 인사와 똑 같다. 낙선자 공천탈락자 등 실패한 정치인들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정권차원에서 배려하는 인물들이 전부 이사장으로 대접을 받았다. 인사에 객관적 기준이나 원칙 같은 것은 물론 없었고 전문성이나 자격면에서 하등 연관성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영기업 임직원들이나 일반 국민입장에서 보면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바로 며칠전에 대통령이 직접 국영기업체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강력하게 질책하면서 경영혁신을 강조했는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꾸로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으니 정부가 제정신을 갖고 있는 건지 의심이 갈 정도다. ◆경영의 효율과 활력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사기를 죽이는 것은 둘째문제고 여론을 무시하고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아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정권이고 전리품 처럼 나눠 갖는 자리가 없을 수 없고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문제고 여론이 비등할 때는 잠시 피해가는 염치도 있어야 한다. 여론에 개의치 않는 게 소신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은 교만과 독선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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