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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성」(고전여행: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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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성」(고전여행:61)

입력
1996.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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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와 소외 속에 살아가는 인간존재의 암울한 모습 그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적 작품체코출신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년)의 소설 「성」은 대중사회 속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가는 인간 존재의 암울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인간 본모습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회의는 이 소설을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카프카는 생존 당시에는 무명의 작가였다. 그런데 카프카가 죽은 지 20여년만에, 이 소설은 그가 살았을 때 유언대로 원고가 불태워질 위기에서 막스 브로트에 의해 새로이 발굴됐다. 이 소설이 소개되자 실존주의가 풍미했던 유럽의 지식인 사회에서 단번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소설은 주인공 K가 눈이 내리는 날 밤 한마을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K는 측량사로서 성의 초청을 받아 이 마을에 왔다고 주장하지만 성의 지배를 받는 그 마을에서도, 심지어는 성에서도 그가 필요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후 K는 끊임없이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보지만 그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귀결된다. 어느날 성에서 조수 2명이 파견되지만 그들은 조수라기보다는 어리석은 감시원에 지나지 않았다. 또 성의 사자 바르나바스에게 희망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그는 마을주민들에게 인간취급도 못받는 사람이다. K는 최후수단으로 성의 관리 클람과 담판을 하려하지만 이 역시 실패한다.

K는 술집에서 사귄 여자 프리다가 자신의 조수와 놀아나다가 떠나간 날 밤 성의 어느 관리로부터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실수로 비서 뷔르거의 방으로 들어가 허탕을 쳤을 뿐만 아니라 피로한 나머지 뷔르거의 도움 제의도 놓쳐버린다.

K가 기진맥진해 죽는 그 순간 「마을에 정식거주는 할 수 없으나 잠정적으로 사는 것은 허가한다」는 내용의 결정서가 성으로부터 전달된다.

평론가들에 따르면 이 소설에서 성은 신의 은총 또는 고귀한 지혜의 상징이다. 마을은 이같은 천국 밖에 존재하는 인간계인 것이다. K는 성이라는 피안에 들어가려 하지만 숙명적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소설 말미의 잠정거주 결정서는 주인공을 괴로움에서 탈피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해 이를 참고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만든다. 이는 부조리 속에 살지만 현실에 굴복해야 하는 인간의 고통을 웅변하는 것이다.

카프카에게 있어서 세상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고독과 소외를 주는 대상이었다. 외모가 추하고 성격이 원만치 못한 그는 가족으로부터도, 사회로부터도 버림받았다. 또 유태인이라는 그의 출신성분, 평생 그를 괴롭힌 폐병 등도 그를 소외시켰다. 그는 여러 여성에게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번번이 파탄으로 결말이 났다. 결국 그의 삶은 그의 소설을 소외된 인간의 자기고백으로 만들었던 것이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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