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일본총리와의 제주정상회담이 오늘부터 열린다. 두 정상의 만남은 21세기 새로운 한일협력시대의 기틀을 다진다는 점에서 기대도 크지만 한일간에는 해결해야 할 미묘한 문제도 많아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걱정스런 마음도 적지 않다.양국은 이번 회담이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바람을 타고 갑자기 마련됐다는 점에서 실무적인 「월드컵 회담」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양국의 대화와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과거사 인식, 위안부의 국가보상,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선포문제등 한일간의 중요한 현안을 피해가서는 안된다. 껄끄러운 문제는 덮어둔채 마련되는 양국의 협력관계는 기초가 부실한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다. 그러한 협력관계가 오래 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런 점에서 일본정부의 과거사 인식문제는 이번 회담에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반목의 시대를 마감하고 동반자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도 이는 필요하다. 더욱이 하시모토총리가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정치가라는 점, 총리로서 첫 방한이란 점에서 그의 과거사 인식은 우리에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안부 문제만 하더라도 「위안부는 상행위였다」고 망언이나 하는 역사 인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망언이 터져 나온후 한국 국민들의 감정은 전례없이 날카로워져 있다. 이 문제를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한다면 우리국민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일본 국내여론조차도 국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유엔인권위원회가 일본정부의 국제법적 책임을 규정한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를 채택하고 이의 수용을 요구했는데도 일본정부는 이를 민간기금에 의한 배상만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정부의 역사인식만 올바르다면 이러한 문제도 해결 안될리 없고 양국간에 논의 못할 문제도 없을 것이다. 현재 양국간에 뜨거운 감자처럼 되어있는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선포 및 어업협정 개정문제와 남북한 관계와 조화가 필요한 일본과 북한관계에 대해서도 이해와 협조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선 획정은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회담이 형식에 구애되지 않은 자유로운 실무적인 회담인 만큼 모든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격의없는 대화를 통한 투명한 한일협력시대를 구축하는데 제주회담의 의의를 찾기 바란다. 월드컵 공동개최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협력만을 내세워 한일간의 여러 현안을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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