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찾아 지구 세바퀴반 걸었어요”세계 오지여행가 한비야씨(38·본명 한인순)가「바람의 딸―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금토간)이라는 책을 냈다. 93년 9월 국제적인 홍보대행사 한국버슨―마스텔라의 차장이라는 잘나가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평생의 꿈인 세계일주에 나선 한씨는 인도 네팔과 동남아, 앵커리지부터 칠레 남단까지, 동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돌고 올 3월에 귀국했다.
한씨의 여행 철칙은 반드시 육로로 다니고 오지를 찾아 현지 사람의 집에서 민박을 하는 것. 그래야『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마사이족 마을에서는 소똥을 말려서 만든 집에서 살며 소피 탄 우유도 마시고 에티오피아에서는 축사 위에 세운 방에서 잔 뒤 진드기를 떼느라 반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오지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인데 겸손한 태도로 그들이 사는 방식대로 따라가면 마음의 빗장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때문인지 탄자니아에서는 친엄마처럼 챙겨주는 사람도 만나고 이집트 터키등 가는 곳마다 민박집에서 울면서 잡는가 하면 이란에서는 반정부지도자와 가슴 졸이는 사랑을 경험하기도 했다.
가끔 기업체 강연에 나가면『누구나 떠나고 싶지만 돌아온 다음이 막막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한씨는 『여행을 하면서 세상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가는 이 배의 선장은 나다, 폭풍치든 고요하든 나는 내 키를 잡고 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이 깨달음만 있으면 미래는 두렵지 않다』고 응수한다. 한씨는 올 9월부터 중국과 주변국가를 역시 오지만 찾아 돌아본 뒤 마흔살이 되는 98년부터는 난민기구에서 일할 생각이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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