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음향테이프 별도제작 인색… 수출실적 저조/세계적 배급사 제휴·견본시장 유치 적극 투자해야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94년 전세계 극장가를 강타했다. 미국인들은 이 영화의 흥행성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약간 모자라는 한 남자의 싱겁지만 진지한 인생을 담은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흥행공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미국에서의 흥행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공은 영상산업에서 홍보와 국제적인 배급이 제작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레스트 검프」는 제작비보다 홍보비가 더 많이 든 것으로 유명하다.
방송 프로의 수출논의는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 방송사들은 머뭇거리고 있다. 번역비, 음악·효과(M&E)테이프의 별도제작등을 감안하면 수출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최소한 5∼6개국에 팔아야 겨우 수지가 맞는다.
영상물은 판매국에 따라 가격이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도 방송사를 주저하게 하는 요소이다. 같은 프로그램이 미국등 선진국에서 50만∼100만달러(한화 약4억∼8억원)에 팔리는가 하면 아프리카의 후진국에서는 250달러에 팔린다. 선진국의 문턱은 높고, 후진국에 팔아서는 이윤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홍보와 유통에는 산술적인 개념을 넘어서는 투자와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방송사들은 각국의 GNP, TV보유대수, 문화수준등을 지표로 한 「지역별 시장현황」을 자료로 만들었다. 국가에 따라 홍보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또 다른 할리우드의 예. 세계적인 스타 케빈 코스트너는 그의 출세작 「늑대와 춤을」이 전세계에 배급되기 전까지 평범한 배우에 불과했다. 이제는 전세계의 외화수입업자들은 그의 출연작은 망설임 없이 사들인다. 그의 유명세가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흥행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우리 프로는 아시아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영상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등 영상산업의 중심을 파고들어야 한다.
권호진씨(SBS프로덕션 국제판매담당)는 『국제적인 배우와 연출가를 키워야 한다. 또 세계 메이저배급회사와 손을 잡아 보급망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적 TV프로그램 견본시장을 국내에 유치하고 남미등 틈새시장을 겨냥해 「프로그램 설명회」를 여는 방안등도 고려돼야 한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