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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역겨운 미사여구(공연읽기)

입력
199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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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사고를 반영할 뿐 아니라 지배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정리하고 개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속알맹이를 빼버리고 언어에만 집착하여 정력을 낭비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그것은 공허한 언어를 또다른 공허한 언어로 대치하는 경우이며 이때도 언어의 정리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분야는 눈돌리지 않고 공연분야만 하더라도 적절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 예를 허다하게 본다. 특히 부적절한 수식어의 사용으로 관객이 공연을 직접 대하고 판단하는 것을 힘들게 만드는가 하면 반대로 관객이 이미 판단하고 있는데도 촌스런 수식어를 쓰면 인정받으리라 생각하다 더욱 딱하게 되는 수도 있다.20세기를 마감하려는 이 시점에도 「금세기 최고」라는 말이 사용된다. 「금세기 최고의 테너」 「금세기 최고의 지휘자」 「금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등. 「금세기」라는 말은 몇 년 후면 자연히 사라지겠지만 「최고」란 말도 없어져야 한다. 최고의 경지란 항상 순간적인 것이고 행복의 순간처럼 개인적인 것이다. 최고라는 낱말로 장식된 사람들 스스로 그것을 바라는지도 의문이고 최고도 한 두 사람이 아니니 문제다. 「3대 테너」라는 말이 있다. 상업주의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언어인데 이것을 무슨 절대적인 평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아가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 「세계 3대 음악원」을 따지기도 한다. 사람 손가락은 7개가 더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서양말 표현을 어색하게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잘못하면 무당을 뜻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귀국 독주·독창회라는 것이 있다. 일제 때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서 비롯된 낡은 개념인데 이것을 지금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연주자의 프로필에 사용되는 말들도 그런 것이 많다. 웬 수석졸업이 그리 많은가. 수석으로 졸업했다 치고 그것이 연주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런 몇가지 예는 실은 극히 사소한 것에 속한다. 정작 손도 못댄 중요한 개념들이 21세기에는 제대로 사용될 것인지 의문이다.<조성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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