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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러시아 민족주의/이장훈 국제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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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러시아 민족주의/이장훈 국제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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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공수부대 중장출신의 정치신인 알렉산데르 레베드. 이들은 모두 조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한다는 똑같은 목표를 지녔으나 방법론은 판이했다.고르비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내세우며 소련을 서방식으로 변화시키려 한 웨스터너(서방주의자)였다면 레베드는 민족주의를 앞세운 슬라보필(슬라브주의자)이다.

6·16 대선에서 고르비는 약 0.5%, 레베드는 약 15%를 득표했다. 조직의 뒷받침없이 과거의 경력을 밑천으로 대선에 나선 두 인물에 대한 이같은 지지도의 편차는 러시아 국민의 정서가 어디에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러시아 국민 정서의 현주소는 민주주의를 가져다 준 웨스터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초강대국을 약속하는 슬라보필에 있는 것이다. 레베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영웅이자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등에서 민족소요사태를 수습하는 등 슬라브 민족을 구원할 수 있는 인물로 비쳐졌다.

조직도 자금도 없는 그가 이정도의 성과를 올린 것은 바로 그가 대변한 슬라브주의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기대감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옐친과 주가노프는 서로 레베드를 끌어가려 하고 있다. 민심이 어디에 가 있는 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도 러시아가 앞으로 최근까지의 친서방 정책 일변도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연히 미국 등 서방측은 레베드로 대표되는 이같은 민족주의의 부상에 잔뜩 경계감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치지도자들은 더이상 「국력의 쇠퇴」를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의 주목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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