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74호 「귀함별황자총통」의 국보 조작사건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어쩌다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조작한 해군관계자 등의 양식도 문제지만 당국은 어떠한 근거로 이를 인양 3일만에 국보로 지정했는지 경위등 진상을 규명,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작극으로 거북선 인양의 꿈이 산산 조각난 것도 그렇지만 국보 등 국가지정 문화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것은 더 큰 아픔이다. 어떻게 국가지정 문화재라고 다 믿을 수 있겠는가. 자연히 94년 1월 문제의 해군 이충무공 해전유물발굴단이 끌어올린 「별승자총통」 등 6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가짜 문화재로 몸살을 앓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년에만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경기도립박물관이 유물의 가짜 여부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비롯, 국보 237호 「고산구곡시화병」과 지난 2월 김홍도 특별전에 출품된 「금강사군첩」의 진위논란이 있었다.
이같은 가짜 소동이 매년 일어나는 데도 우리는 이에 대해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미해결 상태로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문화재를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안이했는가를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 그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위조술이 지능화함에 따라 가짜 문화재를 완전히 추방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 아니다. 첨단과학장비를 동원해도 식별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다고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럴수록 진위감별체제를 갖추는 등 이에 대처하려는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교훈을 살리는 길이다.
이를 위해선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를 양성하고 고미술분야에서도 공개적인 감정이나 학술토론이 활성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번 국보 조작사건이 터져 나온 후 이같은 풍토조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고미술분야는 거래도 거의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등 아주 폐쇄적이다. 가짜 논쟁이 발생해도 대부분 이에 참여하는 것을 꺼린다. 이것도 가짜 문화재가 나도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허술함이 드러난 문화재를 국보나 보물 등으로 지정하는 과정 및 제도에 대한 손질도 불가피해졌다. 국보지정결정이 불과 3일만에 이뤄지는 졸속은 다시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실추된 국가지정 문화재의 신뢰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하다. 식별하기 어려운 가짜 문화재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권위주의적인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만으로 이를 지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이번 사건은 말해 주고 있다. 국가가 지정하는 문화재에 대해선 사전예고제등을 실시해 일정기간 학계나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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