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잇단 오존주의보 발령」 「서울형스모그 비상」「한탄강, 임진강 물고기 떼죽음」「낙동강 악성폐수 대량유입, 오염비상」「대도시·공단 산성비 비상」「국내 서식동식물 76종 멸종위기」유엔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5일)이 낀 이달들어 부끄럽게도 신문에 주먹만한 활자로 실린 공해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공해공화국이란 말이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최근 국민들의 환경보전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신장되고 있다. 초등학교에까지 환경보전동아리가 속속 생겨나고 사회단체마다 환경부서가 설치되고 있다. 종교단체에서도 일찍부터 환경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2일 제24회 세계환경의 날을 기념, 한국일보사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일원에서 개최했던 한강 껴안기대회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기꺼이 참가한 7만여명의 시민·학생들의 행렬이 이를 증명한다. 공해문제가 절박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환경권을 보호해줘야 할 정부는 팔짱을 낀 채다. 공해불감증상이다. 국민들은 속시원한 공해대책이 나오길 이제나 저제나 기대하건만 종무소식이다. 선진국 가운데는 음식점에서 고기를 구울때 배출하는 연기까지 단속하는데 우리 정부는 너무 구태의연하다. 때로는 예산타령으로 책임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공해문제에 관한 한 정치권도 안심했다가는 크게 코 다칠 날이 온 것 같다. 국민들의 첫번째 관심이 무엇인가를 알면 이유는 자명해진다. 과연 이 시점에서 환경문제를 빼놓고 정치의 목표인 삶의 질 향상을 말할 수 있을까.
정치권은 지난 2일의 방콕시장선거 이변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청백리로 우리나라에까지 소문난 잠롱 스리무앙 시장이 환경운동가 피칫 라타쿨후보에게 패배, 정계를 은퇴했다. 현지 신문들은 한결같이 방콕시민들이 공해방지에 무능하기만 한 정부에 실망한 나머지 잠롱을 제치고 환경보전에 전념해온 피칫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문이 굳게 닫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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