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있는일 오염 미미” 시 팔짱/시급 빗물저류조 “돈없 다” 외면불법 방류한 공장 폐수로 한탄강과 임진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의 빗물배출관을 통해 생활하수가 아무런 정화처리 없이 방류되고 있다는 사실은 본격적인 우기를 앞둔 시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현재 목동등 새로 조성된 5개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하수관으로 빗물이 유입돼 흐르는 합류식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합류식 방식에서는 흘러들어온 빗물이 하수 처리 용량을 초과할 경우 하수관과 빗물배출관 사이의 월류턱을 넘어 자동으로 배출된다.
이처럼 하수관에 빗물배출관을 설치한 것은 현재 서울시의 하수 처리 용량이 하루 3백71만톤으로 배출량 4백92만톤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빗물까지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빗물을 계속 흐르게 하면 수압으로 하수관이 파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수관 곳곳에 빗물배출관을 설치, 빗물이 한꺼번에 밀려들면 배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 빗물만 배출되는 게 아니라 하수관속의 생활하수와 섞여 배출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하수관과 빗물배출관 사이의 월류턱이 부숴져도 생활하수가 빗물배출관을 통해 몽땅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또 오수펌프장 부근의 빗물배출관으로는 비가 오지 않고 월류턱이 부숴지지 않아도 생활하수가 방류될 수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자양오수펌프장의 배전반 교체작업으로 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그 곳에 쌓여 있던 생활하수가 넘쳐 부근의 빗물배출관을 통해 한강으로 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는 안이하기만 하다. 월류턱 붕괴나 오수펌프장 사고로 인한 하수 방류는 어쩌다 일어나는 사고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또 빗물과 하수가 섞여 방류되더라도 빗물이 훨씬 많아 하수가 희석됨으로써 한강 방류기준인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20PPM 이하로 내보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미 합류식 하수 체계가 정착된 서울시가 하수관과 빗물관을 별도로 운용하는 분류식으로 전환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 도쿄나 미국 샌프란시스코도 합류식이다. 그러나 비록 합류식이라 할지라도 이들 도시들은 서울처럼 정화처리 없이 빗물을 내보내지는 않는다. 도쿄나 시카고등 합류식을 택한 도시들은 대부분 지하 곳곳에 빗물 저류소를 설치, 특히 오염도가 심한 초기 빗물에 대해서는 정화처리한 뒤 내보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도 서둘러 빗물저류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이런 지적들에 대해 『아직은 먼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현재 75%에 머물고 있는 하수처리율을 98년까지 1백%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란 이야기다. 지하저류조나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곳곳에 설치하는 것은 그 이후에나 생각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시민들은 하수가 뒤섞인 강물을 걸러 마시고 있다.<박광희 기자>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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