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안료업 힘겹게 되찾은 시장 또 빼앗겨/소형가전업계 전업종 50% 이상 잠식 당해/무분별한 수입경쟁·불합리한 관세제도가 더 큰문제노동력이 싼 동남아를 현지공장으로 한 외국다국적기업의 국내시장 우회침투로 중소업체들이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일부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업체들의 무분별한 수입경쟁과 불합리한 수입관세제도에 편승, 주로 중소업종을 겨냥해 빠르게 국내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한때 국내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견실한 성장을 해오던 중소 염·안료업계는 지난해부터 중국 동남아등 제 3국의 현지생산을 이용한 다국적기업의 우회침투로 2년도 채안돼 국내시장의 30∼40%를 빼앗겼다. 외국산이 판을 치던 염·안료시장을 90년대초 힘겹게 탈환했던 중소업체들은 엄청난 자본과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다국적기업의 재공세로 3∼4년만에 다시 안방시장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 됐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있는 다국적기업은 스웨덴의 ICI, 스위스의 산도스, 일본 미쓰비시 스미토모 일본화학과 지난해 염료판매를 위해 바이엘과 훽스트가 합병한 독일의 다이스타등 10여개.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20%까지 가격을 내리며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물량공세로 92년 2만톤에도 미치지 못했던 연간 염료완제품수입량이 지난해 3만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우리의 주 수출무대였던 중국 인도 대만등은 다국적기업의 생산기지로 돌변해 매년 4∼20%씩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업계는 다국적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에는 국내 수입관세제도의 맹점도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60∼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간재의 수입관세는 8%의 고율을 부과하면서 완제품에서는 오히려 저율의 할당관세(6%)를 적용, 사실상 외국업체의 국내진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소형가전업계도 봇물처럼 밀려드는 중국제품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국적기업까지 가세해 사면초가의 곤경에 빠져 있다.
전기면도기 전기다리미 전기밥솥 전기믹서기 모발건조기 전기냉장고 전동공구류등 거의 전 업종에서 많게는 100% 적게는 50%이상 시장을 잠식당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국전기용품 안전관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90년대초까지 30여개에 이르던 전기면도기업체는 현재 7개로 줄어들었고 전기다리미는 싱가포르등에서 생산되는 필립스제품이 거의 장악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개방으로 다국적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일부 대기업등 국내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수입경쟁을 벌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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