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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저작권법 내달 정식 발효/출판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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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저작권법 내달 정식 발효/출판계 “비상”

입력
1996.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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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후 사망 저자의 외국서적·출판물 전면 소급 보호”/학술분야 로열티 너무 높아 출판 아예 미루기도/“법 적용 이전 우선 내고보자” 졸속 번역서까지7월1일 정식 발효되는 개정 저작권법에 의해 외국서적이나 출판물의 경우 57년이후 사망한 저작자의 작품이 전면 소급보호됨에 따라 출판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외국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외국문학작품과 학술서적 출판은 벌써부터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학술분야의 경우 로열티가 너무 높아 출판을 미루거나 7월 시행 이전에 서둘러 내기로 함에 따라 번역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책을 출판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1,000부 내외의 열악한 학술출판시장에서 로열티까지 주고 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1년에 300부 정도 팔리는 철학서적의 경우는 더 심하다. H출판사는 스위스 철학자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 저자와 교섭했지만 로열티로 1,500스위스프랑(100여만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출판을 미룬 상태다. 94년이전에 제작에 들어간 책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기출판물에 대한 보호조항」을 활용, 소량출판을 하는 출판사도 있다. S출판사가 번역중인 책은 250여권. 그중 저작권 적용대상은 100여권이나 된다. 이에 번역이 거의 끝난 15권은 가본상태로 제작, 납본함으로써 등록을 마친다는 방침아래 이달말까지 20여권을 출간하기로 해 다급한 상황이다. 제작분량은 겨우 30여권씩이다.

저자가 생존하는 저작물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사망한 저작자의 경우 계약을 중개해주는 대행사가 자주 바뀌면서 로열티만 올라간 경우가 많다.

개정저작권법중 가장 크게 달라지는 내용은 소급보호조항. 지금까지는 세계저작권협약(UCC) 가입시점인 87년 이전에 발행된 외국저작물에는 로열티를 주지 않고 번역출판했지만 7월부터는 57년이후 사망한 저자의 저작물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문학작품도 지금까지 로열티를 주지 않았던 알베르 카뮈, 어네스트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앙드레 말로, 장 폴 사르트르 등 대가들의 작품에 대해 로열티를 주어야 돼 단행본및 전집류 출판사들이 고심하고 있다.

현재 출판계는 개정저작권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별다른 대책이 없는 데다 출판인의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도 절대부족한 상태여서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되면 무더기 저작권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 저작권분쟁에 대한 노하우가 절대부족한데도 출판협회는 경험을 쌓아갈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출판계의 고질인 중복·덤핑출판과 짜깁기출판이 사라지게 되고 노벨문학상 시즌만 되면 나타나는 경쟁적 졸속번역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저작권법 개정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정부는 우리 개정저작권의 소급보호 기산점을 두고 베른협약에 따라 저작자 사후 50년을 계속 주장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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