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야블린스키표도로프에 주가노프지리노프스키 유력/레베드 거취 변수… 활발한 물밑접촉6·16 대선이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결선투표로 넘어갈 경우 후보들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차 투표전부터 물밑에서 이뤄진 후보들간 접촉은 결선투표 진출이 확실시되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을 겨냥한 후보들간의 손잡기는 이론적으론 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 있으나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볼때 두가지 경우로 압축된다.
우선 옐친 진영은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자민당 당수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과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옐친 진영의 세르게이 필라토프 선거본부장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14일 『옐친 대통령이 민주진영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와 알렉산데르 레베드, 스비야토슬라프 표도로프 후보와 손을 잡을 경우 결선투표에서 득표율을 15%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미뤄볼 때 옐친측은 주요 후보들 가운데 야블린스키등 세 후보와의 연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야블린스키와 레베드 후보가 연대 대상이다.
이는 옐친 대통령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14일 고향인 에카테리부르크에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범민주 진영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차차기 대권(2000년 대선)은 현 후보자 가운데 한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그럼에도 「그 사람」이 이번 선거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혀 특정후보와 깊은 물밑접촉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인들은 「그 사람」을 야블린스키 혹은 레베드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주가노프는 지리노프스키를 끌어들여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게 정설이다. 러시아 정가에는 이미 주가노프와 지리노프스키가 서명한 비밀 합의서마저 나돌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결선투표에서 지리노프스키가 주가노프를 지지, 주가노프가 당선될 경우 공산당과 자민당간에 연립정부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 구상은 지리노프스키가 5월말 제안한 주가노프 대통령―지리노프스키 총리―레베드 국방장관 카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후보들간 합종연횡 움직임에 가장 큰 변수는 모두가 눈독을 들이는 레베드의 거취다. 그는 정치성향으로 보면 주가노프와 지리노프스키 편에 가까우나 당선 가능성을 고려, 옐친 대통령―야블린스키 총리―레베드 국방장관 카드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따라서 결선투표에서는 옐친―야블린스키―레베드―표도로프 대 주가노프―지리노프스키, 혹은 옐친―야블린스키―표도로프 대 주가노프―지리노프스키―레베드의 대결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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