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산업 진단 「프로 수출시대…」 기획 참신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관심있는 분야 중의 하나로 대중매체와 뉴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대중매체와 뉴미디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매력은 실로 대단하다. 과거에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우리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위성방송을 통해 외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바로 안방에서 볼 수 있다. 현대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난주 한국일보는 이러한 사회변화와 사람들의 관심을 비교적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연예면 뿐아니라 경제면 심지어 쇼핑면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 대중매체와 뉴미디어 관련기사를 게재했다. 변화하는 사회를 여러 측면에서 조망하는 기사를 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난주 연예면 「프로그램 수출시대―21세기 방송환경개선 이렇게」는 21세기의 다매체―다채널시대를 대비하여 우리나라 프로그램산업의 문제점과 전망을 살펴본 의미있는 기획기사였다. 「위성시대 걸맞은 상품혁신 시급하다」(월), 「국가와 방송사의 동시지원 절실」(화), 「황금알 사업… 선진국전략 배워라」(수)는 우리나라 프로그램제작 및 공급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선진국가와 경쟁하기 위해 우리방송이 해야할 일을 제시했다. 이미 유선텔레비전방송이 시작됐고, 내년 위성방송 실시에 앞서 제반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은 신문이 해야할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가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방송산업에서 우리나라 방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사고방식과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국가와 방송사가 하나가 되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독자에게 우리나라 방송의 현실을 좀 더 생생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우리나라 프로그램제작 및 공급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좀더 깊이 있게 제시했으면 독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프로그램 제작여건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열악할 뿐아니라 전문인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아래에서 앞으로 다매체―다채널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외국에서의 프로그램수입은 피할 수 없다. 프로그램 수입이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우리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방송과 유선텔레비전방송, 위성방송 제매체를 성공시키기 위한 운용방안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프로그램산업의 육성책을 심층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우리에게 미래 방송산업의 성패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둘째, 기획기사로서 기사들간의 연결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기사들이 「문화상품의 수출첨병 역할을 할 방송프로그램을 잘 만들기 위한 제언」이라는 참신한 기획의도를 잘 담아내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잘 요약, 정리된 기획기사라기 보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은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다.
기사작성시 기자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이번처럼 연재되는 기획기사의 경우 기자간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뤄져 기사가 체계적으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한국일보가 창간 42주년을 맞아 드디어 ABC(신문·잡지발행부수공사)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신문사들간에 신문발행부수의 공개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신문사마다 자사의 발행부수 공표를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뻥튀기식으로 발행부수를 부풀리는가 하면 인쇄된 신문을 배달도 하지 않은채 폐기처분하여 사회문제가 된 일도 있었다. 신문발행부수의 공개는 신문이 자사의 발행부수공개를 통해 독자앞에 떳떳이 서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는 신문사와 독자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일보가 변신하는 것은 한국일보 자신을 위해서나 독자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데 신문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독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변화를 계속하는 한국일보가 되기를 바란다. 달라진 활자체처럼 앞으로 변화된 한국일보의 모습을 기대한다.<최현철 고려대교수·미아이오와대 언론학박사>최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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