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공해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멕시코시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대체적인 소감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었다. 거대 도시의 공기는 「시내 알라마다 공원에서 수집한 텃새의 시체를 해부한 결과, 심장 폐 간 소화기에서 납 수은 카드뮴등 중금속이 치사량에 가깝게 검출됐다」「대기 오염도는 하루 40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다」는 그곳 환경단체들의 자료보다 눈과 코로 먼저 전해졌다.본지 6월 14일자 1면에는 충격적인 사진이 하나 실렸다. 전날 상오 남산에서 찍은 희뿌연 서울의 하늘이다. 바로 왼쪽의 1년전 맑은 서울 상공 사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멕시코시티가 당연하게 떠올랐다. 물론 이 연상은 본지에 게재된 사진 탓만은 아니다. 잦은 오존경보 발령과 함께 서울 공기의 혼탁정도가 피부로 이미 실감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시 멕시코는 미하버드법대 출신인 고르타리 대통령이 집권, 연간 8%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중이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파탄상태의 경제기상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돼 한껏 자부심에 차 있었다. 웬만한 신흥공업국들도 부러움과 존경의 시선을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멕시코를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록 경제적으론 평가받을지 모르나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공해문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너무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가 문제되고 있긴 하나 경제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선진국들도 경이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면만으로 한국을 준선진국이라 할 수는 없다. 공해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도 멕시코 정부와 다를바 없는 것 같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고 경제발전까지 이룬 멕시코를 부정적으로 봤던 필자처럼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개최와 2002년 월드컵유치, 반도체등 공산품 수출등은 평가하면서도 공해문제와 관련, 한국을 부정적으로 볼 외국인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결코 외국인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다. 한반도에 몸담고 있는 국민을 위해 정부는 환경오염등을 개선할 진지한 자세와 장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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