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지구촌 실상/“무분별 도시화 인류생존 위협”/탈농가속화 5억명이상 무주택/주거권보장 이견 못좁혀 아쉬움산업화는 도시화와 동시에 진행돼 왔다. 도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용 문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농촌인구의 도시유입도 따라서 가속화했다.
현재 세계인구 58억명중 24억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도시인구는 매주 1백만명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2025년에는 1백억명중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는 오히려 비생산성을 낳을 뿐 아니라 주거환경의 악화, 나아가 삶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3일 시작돼 14일 막을 내리는 유엔 「제2차 인간주거회의(HABITAT 2)」는 이런 문제에 대한 범세계적 처방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간이 적절한 주거환경 속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 즉 「주거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논의의 초점이 됐다.
그러나 선진·개도·후진국 모두가 주거권 보장의 선언적 의미에는 동의했지만 국내 입법과 정책 결정이 따르는 구체적 대책을 놓고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선 주거권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인 지에 대해 개도국은 강력히 지지한 반면 미국등 선진국은 오히려 반대했다. 이에 따라 주거권 보장을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는 선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개도국은 주거문제를 국제적 책임으로 규정, 도시빈민 주거대책을 위한 국제적 재정지원을 촉구했으나 역시 선진국의 거부에 부닥쳤다. 문제는 돈이었다. 개도국은 주거개선을 위한 국제적 지원이 절실한 반면, 선진국은 주거권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경우 자국내 무주택자에 대한 재정지원과 대외원조 양쪽으로 발목을 잡힐까 우려한 결과였다.
주택난, 식수난, 각종 쓰레기와 비위생적 하수시설, 공해, 교통난 등 도시화의 숱한 문제가 인류의 최대위협 요인으로 부상했음을 확인시킨 점에서 그나마 이번 회의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유엔에 따르면 5억명 이상이 무주택자이거나 비위생적 환경에서 살고 있다.
유엔이 2025년 인구 2천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로 든 도쿄(동경) 뭄바이 라고스 자카르타 카라치 상해(상하이) 상파울루 중 도쿄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개도국과 후진국 도시다.
이들 국가가 폭발적인 도시팽창에 따른 주거환경 보장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지역의 도시 기반시설 사업에만 향후 10년간 5천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과감한 민간자본 유치및 민영화, 농촌 균형발전 등을 통해 도시의 인구흡인력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눈앞에 두고도 아직 인류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분명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환경오염/대기오염 사망 해마다 수십만명/생활폐기물 처리못해 콜레라 등 전염병 만연
유엔 인간주거회의는 세계 대도시의 환경오염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뤘지만 대안 마련에는 흡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백80여개국 대표들은 대도시 환경오염에 대한 실태 보고와 선언적 해결노력 다짐에 그쳤을 뿐 이해 대립으로 공동 해결책 모색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세계 주요 대도시의 대기오염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뉴욕 도쿄(동경) 멕시코시티 등 인구 1천만명을 넘어선 거대 도시는 주요 대기 오염원인 이산화황 납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의 농도중 최소한 한가지는 기준치를 초과했다. 특히 세계적 매연도시로 악명높은 방콕에서는 매년 대기오염으로 5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포함, 전세계적으로 사망자수가 이미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52년 런던 스모그 사태로 1만2천명이 사망한 지 40여년만에 대기오염은 인류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달아 온 것이다.
최근 한국환경기술개발원등이 환경부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도 자동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발암물질로 연간 3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따른 사회비용도 매년 2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오염과 함께 제3세계 대도시 팽창에 따른 각종 생활 폐기물과 미처리 생활오수의 증가도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집트 멕시코 브라질 등 일부국가에선 빈민가의 급속한 확대를 공중위생시설이나 하수처리시설이 따라가지 못해 전염병 등 갖가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92년 페루에서는 콜레라 사망자 2천6백명을 포함, 30만명의 전염병 감염사태가 발생했으며 94년 인도에서는 5천여명이 전염병을 앓아 15억달러의 경제손실을 초래했다. 유엔 보고서는 『상수도 등 공중보건 시설의 미비는 매년 1천만명의 사망과 연관성을 지닌다』고 지적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물 부족/10억명이상 갈증 시달려/시설낙후 개도국 공급수 45% 유실
이번 인간주거회의는 『과거 석유가 그랬듯 물 때문에 평화가 깨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회의에 제출한 자료에서 20세기 초반 이래 세계인구는 2배 증가한데 비해 물 소비량은 6배나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5명중 1명꼴인 10억여명이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문제는 특히 인구 1천만 이상의 대도시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카이로 라고스, 아시아의 북경(베이징) 상해(상하이) 뭄바이 캘커타 카라치, 중남미의 멕시코시티 상파울루등이 대표적으로 심각한 도시들이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영국의 카디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 선진국 도시에서도 물문제는 존재하지만 정도의 심각성은 역시 개도국 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이스마일 세라겔딘 세계은행 부총재는 『개발도상국 도시는 뒤떨어진 관개시설로 인해 공급수의 45%가 유실,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경우 전체 공급수의 50%에 해당하는 1인당 62ℓ의 물이 매일 누수나 도수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보고됐다.
세라겔딘 부총재는 『80년대 개도국에서 총1천억달러의 돈이 물문제 해결에 투입됐지만 앞으로 10년간 6천억∼7천억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가운데 세계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4백억달러 남짓 뿐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해당국 정부가 철저한 수자원 확보·배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번 회의는 권고했다. 가난한 수요자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물공급 능력을 높일수 있는 적절한 가격체계도 필수적이다. 이번 회의는 특히 민간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민간기업의 효율성이 정부의 추진력과 결합될 때 원가상승을 막고 합리적 수자원 관리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때 「물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회의의 경고이자 제언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여성·어린이 매춘/어린이 연200만 「성의 노예」로/네팔선 매년30만명 인도 수출도
유엔 인간주거회의는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따라 매춘시장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해마다 어린이 매춘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세계에는 수천만명의 어린이 매춘부가 있으며 해마다 5세에서 15세 사이의 소녀 2백만명이 매춘시장에 팔려가고 있다. 브라질에만 50만명의 어린이 매춘부가 있으며 이들은 주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네팔에서는 매년 30만명의 어린이들이 성의 노예로 인도에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돈을 받고 딸을 팔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즈에 감염되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어린이 매춘은 제3세계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성업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인, 아랍의 부호들이 주요 고객인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어린이 매춘 증가를 급격한 도시화및 극심한 빈부격차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도시화로 가정이 해체되고 남성위주의 사회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성의 착취가 늘어나고 가난한 가정의 여성과 어린이가 성의 노리개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매춘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제적 부국의 여유자금이 매춘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가난한 나라는 「벌이가 괜찮은」매춘사업을 단속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처녀와 잠자리를 같이하면 정력증강과 장수에 좋다는 미신 때문에 어린이 매춘부를 찾는 남성이 많은 것도 그 수요증가를 부채질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벨라 앱저그 여성 환경·개발기구 위원장은 『유엔 주거회의는 이제 도시화나 교통문제 뿐만 아니라 성착취를 위한 인신거래를 본격적으로 다뤄 현대판 노예생활과 다름없는 매춘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서용 기자>최서용>
◎인간주거회의란/도시팽창 대책위해 76년 첫 개최
유엔 인간주거회의(HABITAT, 일명 시티 서미트)는 산업혁명이후 급속히 진행돼 온 세계적 도시팽창 현상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의 장이다.
76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1차회의가 열린 후 20년만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이번 2차 회의는 1백80개국에서 3천여명의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도시화에 따른 빈곤, 환경오염, 물, 교통 문제등을 폭넓게 협의했다.
이번 회의는 특히 1차 회의와는 달리 과학자와 행정전문가, 비정부 기구(NGO)대표들이 정부 대표단과 함께 참가, 21세기의 도시 팽창문제에 대한 세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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