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시대의 기술과 예술 관계고급문화와 저급문화, 클래식과 대중예술의 선긋기는 더이상 가능한가. 전자혁명이 위세를 떨치는 오늘날, 파바로티와 마돈나를 구분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예술의 영역은 가상현실과 홀로그래피, 비디오 아트, 네온 아트등 기존의 경계를 허물면서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대 미학과 교수이자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인 지은이는 18세기말 산업화 이후 부단히 상호침투해온 과학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분석하고 「전자시대 미학」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화가, 조각가, 건축가이자 과학자, 기술자로서 다방면에 걸쳐 천재성을 발휘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과 예술은 서로 벽을 쌓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림물감을 운반가능하게 만든 튜브의 발명은 화가를 스튜디오 밖으로 끌어내 19세기 「인상주의운동」을 태동시켰고 빨리 마르는 아크릴 페인트의 발명은 60년대 하드에지(Hard Edge)추상운동을 유도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과학기술의 완벽성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것. 과학기술을 이용하되, 인간이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예술의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김지하시인의 말을 빌리면, 「기계를 통어할 줄 알고 기계를 자기내면의 생명의 모습으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구문화사간·1만2,000원<변형섭 기자>변형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