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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과연 정치는 있는가/이영성 정치1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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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과연 정치는 있는가/이영성 정치1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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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 2시 국회 본회의장. 10분전부터 회의 참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그러면 의원들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나같이 무표정이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소금에 절인 배추같은 모습이다.그들의 무감각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 태평성대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원구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정국은 원론적으로 위기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이라면 국가적 위기라는 여론으로 온나라가 들끓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태평하다. 웬만한 위기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면역성이 생긴듯하다. 물론 비분강개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비분강개가 별로 감동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야의원들이 「네 탓」만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스런 자기반성이나 밤을 지새우는 숙고의 흔적을 찾기 힘든 것이다.

새 정치의 주자들로 기대되던 초선들은 돌격대로 전락했고 경륜의 중진들도 저지조로 징발된 채 입을 다물고 있다. 감히 누구도 여야 핵심부의 의중을 거스르는 발언이나 정국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당의원 모두가 「법대로」만을 외치고 야당의원 모두가 「독주의 견제」만을 되뇌이고 있다. 다른 목소리가 없는 이런 모습이 새 정치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닐까.

국회 사무처는 13일 본회의장을 방청하러온 초등학생들을 돌려보냈다.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사실 뭐라고 할 말도 없었을 것이다. 그 광경을 많은 의원들이 지켜보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종소리만 울리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 기개넘치는 초선도, 대쪽 중진도, 대권반열의 거물들도 다 마찬가지다. 어린 학생들의 퇴장을 보면서도 의원 모두가 오로지 위만을 쳐다봐야 하는지. 그것은 정치노예에 다름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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