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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 초대전」 을 보고/고정관념 뛰어 넘은 뚜렷한 자기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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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 초대전」 을 보고/고정관념 뛰어 넘은 뚜렷한 자기세계

입력
1996.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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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는 시대문제 접근70년대 우리 미술사에 큰 힘을 실어준 「한국미술대상전」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제2회 한국일보 청년작가초대전」은 팸플릿심사와 작품심사로 이어지는 2단계 심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한 작가의 작업전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과, 표절을 사전에 탐지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화단의 특정한 경향에 매달리거나 눈치보지 않고 자기세계에만 몰두해온 작가가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 매력을 준다. 특히 최근 3년간 활동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우리 현대미술사를 정리하는데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초대작가 25명은 대다수가 다른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었기에 작가의 참신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비교적 안정된 기량을 바탕으로 한 작업의 완성도와 활력을 보여주었다. 출품작들은 대체로 자기세계가 뚜렷하고 자기노출과 표현이 자유로운 가운데, 시대문제에 거침없이 접근하고 있으며 기성세대의 강박관념이나 질서로부터 자연스럽게 일탈하고 있다.

대상수상작가인 최인선씨의 작품은 캔버스와 아크릴보드의 이중적인 표현을 통해 오늘의 실존적 분열과 생태계의 위기를 우의적(우의적)으로 고발한 수작이다. 우수상작가인 한국화가 강현주, 양화가 이 열, 조각·설치작가 이홍수, 판화가 이성구씨 역시 우리 미술의 내일을 짊어질 동량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수상자대열에는 끼지 못했지만 주목되는 작가들도 적지 않았다. 다중적 분할과 전통적 선묘가 결합돼 이야기의 밀도를 더해가는 한국화가 문인상, 대범하게 분할된 화면에 미세한 드로잉을 조화시켜 회화적 감각과 활력을 고조시키고 있는 양화가 하상림, 투박한 텍스처와 특정부위가 과장되거나 생략되면서 대담한 변형과 응축을 보여주는 조각가 김승환씨등이 그들이다.

우리처럼 닫혀 있는 화단현실에서는 공모전이 보다 큰 역할을 한다. 상당수의 작가가 공모전을 통해 발굴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자기세계의 표현에 힘쓰기보다는 이런저런 공모전에 기웃거리는 임기응변과 변칙에만 능한 작가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상에 대한 욕심 속에 표절의 유혹에 넘어가는 작가들도 있다. 우리의 청년미술이 폭발적인 에너지와 넘치는 상상력, 유연한 의식, 도도한 환상과 지속적인 실험정신 속에서의 자생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모제도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일보 청년작가초대전」은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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