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대론 경쟁력 상실” 원화절하정책 강력요구/당국선 물가상승 부작용 우려 뾰족한 대책 못세워수출업계에 「엔저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제상품가치를 결정하는 환율이 자꾸만 우리 기업보다 일본 기업에 더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도쿄(동경)외환시장에서는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강세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109.55엔서부터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는 작년말(103.40엔)에 비해 5.9%나 절하된 것으로 94년1월28일(109.90엔)이후 2년반만에 최고치다. 일본 기업은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작년말에 비해 5.9%의 수익을 더 올리게 된 것이다. 선박 반도체 자동차등 수출주력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원화환율도 올라가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이날 794.80원까지 상승했다. 작년말에 비해 2.6% 절하된 것으로 94년11월22일(795.70원)이후 1년반만의 최고치다.
우리 기업도 달러강세에 따른 절하혜택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화의 절하속도가 더딘 반면 엔화의 절하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우리 기업들을 훨씬 앞질러가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 자동차업계는 벌써부터 엔저에 따른 채산성 호전을 계기로 자동차가격을 내리는등 환율공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우리 조선업계는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최근부터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미 수주받아놓은 물량제작이 끝나는 내년봄부터 수주공백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재계는 『이런 상태론 일본기업과 싸울 수 없다』며 원화절하정책을 펴달라고 아우성이다.
다행히 780원대를 맴돌던 원화환율이 11일부터 790원대로 올라서기는 했으나 기업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김재칠 박사는 『외국자본의 유입에 따른 원화절상압력으로 연말 원화환율이 760원대까지 내려가고 엔화환율은 110엔대까지 절하되는 「엔저·원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돼왔다』며 『원화환율이 최근 790원대까지 상승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77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 관계자는 『민간연구소가 당초 원화환율을 760원대로 전망했던 연초와는 경제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경상수지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남에 따라 원화절상압박은 줄어들게 되고 민간연구소의 환율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들은 사실 「엔저 비상」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국내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환율절하정책을 펼 경우 국내 통화량을 증가시켜 물가를 상승시키고 결국 또다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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