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교본룡태랑) 일본총리가 취임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그의 방한은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대북한 식량지원문제, 어업협정 등 한일간의 현안을 생각하면 꼭 필요하고, 새로운 한일 협력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즈음의 한일관계를 떠올리면 꼭 환영만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그가 총리에 취임한 후 한일관계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그의 보수적인 정치성향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전임인 무라야마(촌산부시) 총리 시절 애써 구축했던 한일관계가 그전의 관계로 반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략전쟁이나 한국강점에 대한 일본정부의 역사 인식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태도 및 처리도 전정권의 「사죄의 다짐」을 흐리고 있다. 이것도 부족, 독도 영유권 문제를 들고 나와 한국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했고 「위안부는 상행위였다」는 등의 일부 정치가들의 망언이 다시 튀어나오는 등 일본의 양식을 의심하게끔 만들었다. 이것은 총리취임 직후부터 거론됐던 방한이 미뤄졌던 배경이기도 하다.
다행히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된 후 한일간에는 협력무드가 고조되어 가고 있다. 그만큼 양국 국민들 사이에는 새로운 한일 협력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착잡한 마음을 억누르고 하시모토 총리를 맞이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하시모토 총리의 방한은 이같은 상황 변화를 새로운 발전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양국의 인식이 일치해 성사됐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하시모토 총리나 이를 맞는 한국 정부나 책임이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한반도엔 대북한 식량지원문제, 4자회담 등을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여기에 월드컵 공동개최가 오히려 한일관계를 더 나쁘게 이끌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한쪽에서 나오고 있다. 이것은 양국관계에 얽힌 문제가 아주 복잡하고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럴수록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화해 협력의 폭을 넓혀 간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고 해서 피해갈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인식 위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같은 대화 분위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월드컵 공동개최를 위한 토대를 마련, 새로운 한일 협력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이러할 때 한국 국민들도 일본 총리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그간의 후퇴를 복원하여 진정한 21세기 한일 동반자 시대가 가능한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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