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혜의 「하얀 새」·홍성원의 「그러나」 출간/부당한 제도에 맞선 양반가환향녀의 삶 그려/친일변절 독립지사가 겪는 인간적 갈등 추적최근 출간된 소설가 송우혜씨의 「하얀 새」(푸른숲간)와 홍성원씨의 「그러나」(문학과지성사간·전2권)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짚은 장편이다. 「하얀 새」는 여성의 정절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유교사회에서 병자호란이라는 이민족의 침략을 맞아 이중으로 고통받은 조선시대 양반가여자의 삶을 그렸다. 홍씨의 「그러나」는 독립군이었다가 일제말기 변절한 인물을 지금 어떤 태도로 수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5, 6월은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이 몰려 있는 달이기도 한데, 두 소설은 범상한 역사소설의 테마를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민족수난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환향녀라는 말이 있다. 병자호란때 청에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을 가리킨다. 그러나 당시에 양반가여자의 경우 자결하지 않고 오랑캐에 끌려간 것은 커다란 수치이며 훼절한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얕잡아 「화냥년」이라는 말로 바꿔 불렀고 「서방질을 하는 계집」이라는 수치스러운 뜻까지 보태졌다. 소설 「하얀 새」의 주인공 승효가 이런 불운을 만난 여인이다. 그는 종일품 중추부판사의 외아들 진석과 결혼한 명문가의 여자인데 병자호란 때 수많은 양반집 여자들과 함께 청의 심양(선양)으로 끌려갔다. 임금이던 인조까지 수모당한 외침임에도 서로 아픈 데를 감싸고 어루만지기는 커녕, 심양서 낳은 애만 데려가고 불정한 여인으로 박대하는 시댁의 처사에 승효는 울분을 감추지 못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정조를 지켰건만 조정에서마저 환향한 여자들이 도성에 들어오기 전에 「홍제천에서 몸을 씻어 죄를 씻으라」는 절차를 요구한다.
인정있고 재주 많은 승효가 부당한 사회제도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치밀한 고증과 함께 그려낸 작가는 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해방문학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이끌었지만 승효를 비롯, 그의 남편인 어진 선비 진석, 승효의 몸종인 철원댁등으로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바꾸어가며 여성해방이라는 주제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는 한 기업체 회장으로부터 독립운동가인 조부의 일대기를 집필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주인공이 그 사람의 일기를 통해 말년의 친일행적을 알게 된다는 내용. 그와 함께 그에게 거액의 독립자금을 헌납했던 사람이 지금은 친일파로 매도당하고 있는 인물임도 밝혀내고 주인공은 집필작업을 포기한다. 작가 홍씨는 『한때 열렬한 독립지사였던 인물이 훗날 친일파로 변신하여 민족을 배반하는 과정에는 그 극적인 변신에 버금가는 극적 사연들이 숨겨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 동기와 사연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역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될 일이기도 하다』며 변절자의 인간적인 갈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좇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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