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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멍든 환경(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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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멍든 환경(사설)

입력
1996.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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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틀 동안 서울 일원에서 오존주의보가 잇달아 발령된 것은 우리 환경문제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내보여주고 있다. 모두가 대권이다, 월드컵이다하고 거창한 문제에만 몰두해 있는 사이 정작 우리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환경문제는 뒷전에 뒷전으로 밀린 것이 오늘의 사태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다른 환경악화를 예고해 주는 증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또 한번의 경고를 내려주고 있다.오존이란 자동차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나 탄화수소가 햇볕과 반응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차단기능의 성층권 오존층과는 달리 호흡기를 자극, 갖가지 질환을 유발한다. 자동차생산등 공업화가 가속되면서 우리나라가 멀지않아 대기오염국가가 되리란 예상은 벌써부터 있어 왔다. 특히 92년에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서울이 멕시코시티에 이어 세계 두번째의 공기나쁜 도시로 지목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이렇다 할 대응이나 대책없이 지내온 것이 오늘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비단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광주, 울산등이 해마다 오존농도가 늘면서 위험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환경부의 조사도 있었지만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또한 평일도 아닌 주말휴일에 연이어 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집을 나선 행락객 차량의 수가 어느정도였나를 짐작케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젠 텅빈도심이나 휴일의 한가로움마저 구분없이 대기오염으로 휩싸였다는 얘기와도 같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차를 몰고 나오는 차량소유자들의 부족한 시민의식은 우리가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할 개혁의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서울에 오존경보제가 도입된 후 한두 차례 국지적인 주의보발령은 있었지만 이번엔 그 지역이 광역화되었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지난 5일 정부는 세계환경의 날을 맞으면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감한 환경정책을 천명한 바 있다. 또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매연차량단속을 강화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지속성이 요체인데도 그런 끈기와 결의를 우리는 이제껏 보지 못했다.

물과 함께 공기는 생명 그 자체다. 또한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물과 맑은 공기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자연의 이치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기오염물질 총량부과금제 하나만 봐도 관계부처끼리 이기를 앞세워 논쟁을 계속해 오고 있음은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의 경고가 지속성있는, 신념과 결의에 찬 환경정책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환경을 넘어서는 더 큰 이슈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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