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끼여 압력 급상승/예비 정압기까지 작동 안해/불량품 납품여부 조사서울 강남 강동지역의 도시가스 누출사고는 관리회사인 대한도시가스가 양재지구 정압기 관리및 점검을 소홀히 해 필터가 파손, 이물질이 끼여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양재지구는 사고 당시 주정압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가스압력을 자동 조절해야 할 예비정압기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장비결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9일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공동으로 가스가 누출된 8개 지구 정압기를 점검한 결과 양재지구 정압기내 압력조절기에 부착된 필터와 이 필터를 보호하는 함석이 크게 파손된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이 필터에서 10여㎝ 길이의 쇠조각 1개와 다량의 쇠가루 등 이물질을 수거했다.
경찰은 대한도시가스가 95년 12월 정압기 준공 직전 배관에 공기 질소등을 넣어 배관내 이물질을 제거하는 플러싱(Flushing)작업을 부실하게 해 용접작업시 유입된 쇠조각등이 그대로 남아 필터를 파손시킨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쇠조각등 이물질이 압력조절기에 끼이면서 감압기능에 이상이 발생, 다른 7개 지구의 압력도 급상승해 가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누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대한도시가스 안전관리1과장 김종도씨(42)를 재소환, 정압기 시설 준공 당시 마무리 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등 관리및 감독 소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또 정압기의 경우 2년에 1차례의 분해점검과 1주 1회의 작동상황 점검을 실시하도록 돼있다는 점을 중시, 점검일지 등을 토대로 정압기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 감압기능을 상실한 주정압기를 대신해 가스압력을 낮춰야 하는 예비정합기가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은 점을 밝혀내고 S석유사 관계자를 상대로 불량품 납품 여부를 조사중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사고당시 상황실 근무자 박모씨(33)와 안모씨(32) 등 2명을 소환 조사한 결과, 이들이 모니터를 통해 경보상황을 파악하고도 방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특히 이들이 평소에도 가스압 상승이 빈번해 당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상황일지 등을 넘겨받아 직무태만 여부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강남경찰서에 이도조서울경찰청형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설치,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박희정·유병율 기자>박희정·유병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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