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작 새로운 해석/기지·해학 넘친 감동 무대/뒷골목 부패·착취 한국적 상황과 연결 돋보여한국일보 창간 42주년 기념공연 「서푼짜리 오페라」(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가 9일 하오 4시30분 260여석의 한국일보소극장을 가득 메운채 개막됐다. 대표적인 현대극작가 브레히트의 작품을 중견연출가 오태석이 새로 해석한 이번 무대는 극단 목화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과 해학이 넘쳐나는 무대였다.
박희순(대위 역) 김병춘(패랭이 역) 성지루(경찰서장 역)등 20여명의 목화 배우들은 무대 한 옆에서 연주되는 라이브반주에 맞춰 23곡의 노래와 다채로운 몸짓을 보여주었다. 무대 좌우와 뒤쪽에 발을 설치하고 전면의 막을 적절히 이용해 빠른 등·퇴장과 무대전환을 만들었다. 장치와 조명을 그대로 노출시킨 무대와 간단하게 조작된 소품 의상등은 제4의 벽을 가진 사실주의 연극이 아닌, 재미있는 연극놀이로서의 무대를 보여주었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1928년 독일의 쉬프바우어담극장에서 초연되어 1년간 연속적으로 관객을 열광시킨 작품이다. 18세기 영국극작가 존 게이의 「걸인 가극」을 소재로 했다. 원작은 런던 뒷골목을 배경으로 공공연한 부패상을 다룬 흥행작품임에 비해 브레히트는 이러한 부패의 질서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목적으로 했다. 사건은 여자를 좋아하는 강도 「대위」가 걸인들을 착취하는 두목 패랭이의 딸과 결혼을 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범죄자들과 결탁관계에 있는 경찰서장이 등장한다. 대위에게 이권을 빼앗길까봐 조마조마한 패랭이의 압력에 의해 대위와 「동업」했던 경찰서장은 대위를 체포한다. 대위는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공개처형당할 위기. 결말부분은 관객에게 대위를 어떻게 처리할지 질문하면서 혼돈된 시민질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오태석은 현대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의 이면에 있는 부패와 착취, 결탁의 실상을 염두에 두고 「서푼짜리 오페라」를 자연스럽게 한국적 상황으로 연결시켰다. 작품 구성은 크게 손상하지 않은채 우리 구어체와 우리나라 상황을 대사에 연결했다. 그의 고유한 연극어법인 마당의 원형무대를 무대로 펼쳐놓은 셈인 정면시선을 유지하였고 연기에선 기지와 해학이 엿보였다.
공연은 30일까지(월∼금 하오 7시30분 토 하오 4시30분 7시30분 일 하오 4시30분) 한국일보소극장. 724―2613∼6<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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