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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성국 세계를 이끌어갈 우리의 전략/문예인대상 5개항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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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성국 세계를 이끌어갈 우리의 전략/문예인대상 5개항 설문

입력
1996.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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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화한국」이 이룩된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와 통일의 달성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껏 끌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지만 문화부문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문화입국을 지향한다지만 정부의 의지는 아직도 미약하다. 전체 예산중 문화부문 예산은 96년 현재 0.56%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과 지방간의 문화 격차도 심각하다. 문화인들을 대상으로 5개항의 설문조사를 실시, 한국문화의 현재상과 21세기의 위상, 세계속의 「문화성국」을 이룩하기 위한 전략등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①한국문화 현재와 21세기의 위상/세계성·지역성조화 새문화 창출

한국문화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어디쯤 와 있으며 21세기 통일한국의 문화위상은 어떤 양상일까. 미래에 대한 전망은 긍·부정이 엇갈리지만 문화선진국 진입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의 문화주도국으로 발돋움하며 세계성과 지역성을 조화시킨 한국문화가 새롭게 탄생하리라는 견해(김전배)가 주목된다. 통일후 민족문화의 뿌리 재발견, 남북의 동질성 회복노력이 성공하면 문화약진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림청산).

21세기의 문화개념은 자연과 인간성 회복의 결합을 포괄할 것이며 이러한 새 개념에 일찍 눈떠야 세계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의견(정량모)이 주목된다. 한국은 이같이 새로운 세기에 세계문화의 주도국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며 잠재력을 일깨울 정부와 국민의 일치된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선진국 진입의 조건으로는 많은 응답자들이 정치·경제논리에 지배되고 있는 사회 전체의 발상전환과 서구의 교육이나 문화에 대한 일방적 수용의 지양을 촉구했다.

현재의 우리 문화에 대해서는 후진권부터 중상위권까지 평가가 엇갈리지만 경제 체육등에 비해 세계화수준이 뒤지고 문화환경·시설·관심면에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미치지 못한다.

②현재 낙후된 분야·앞서 있는 분야/잠재력·창의성 후원 힘쏟을때

문화 전반을 대상으로 낙후된 분야와 앞선 분야를 차례대로 세 가지씩 짚어달라는 설문에 응답자들은 영화(15명) 학술·연극(각 10명) 만화(8명) 방송(7명) 출판(5명) 문학(3명)등의 순으로 낙후된 분야를 지적했다. 앞선 분야로는 음악(12명) 미술(7명) 가요·방송·문학(각 4명) 만화(3명)등을 꼽았다(이상 중복응답).

음악도 창작부문은 뒤져 있으며 대중예술을 문화산업으로 키우는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고(김문환), 만화는 노동력창출단계(외국주문생산)이며 영화는 세계시장에 늦게 뛰어든 중국보다 떨어진다(김원일). 전통문화의 보존및 연구와 현대공예가 다른 분야보다 낙후돼 있다(정량모)는 구체적인 지적도 주목된다.

음악 미술이 제일 앞선 분야로 평가된 배경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몇몇 특출한 사람들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들은 국가가 키워낸 예술인이 아닌 개인의 재능만으로 성장한 예술인(구상·김원일)이다. 따라서 개인적 능력과 잠재력에서 탁월한 한국예술가의 창의성을 효과적으로 후원하고 관리하는 기능화한 기구가 필요하다(유준상). 여성성악(고음), 기악, 응용미술 등은 유망주를 발굴, 집중 육성하는 것이 좋다(고은)는 의견도 나왔다.

③문화선진국가 건설을 위한 제언/엘리트중심 탈피 대중참여로

정부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 정책입안 과정에서의 전문인력 적극활용을 제안했고 국민은 우리 문화에 대해 애정을 갖고 문화의식을 배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 국민의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각급학교에서 문학 철학 윤리교육의 강화가 바람직하다.

문화정책은 엘리트중심에서 대중참여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문화향수는 교육없이 불가능하므로 유아기부터 문화교육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김문환). 또 문화분야에 매년 최소한 정부예산의 2%를 배정해야 한다. 대중문화예술진흥법을 제정하고 대중문화예술진흥원을 설립하며 서울시청을 이전할 경우 그 자리에 「종합문화전당」을 건립, 문화의 산실로 육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문화의 서울편중현상 해소와 지방문화의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 지방문화의 특화가 가능하도록 문화적 지방자치를 이뤄야 한다. 국립극단이나 국립예술단이 지방에서도 존립할 수 있는 문화체계의 구조정비, 문화행사의 지방개최 의무비율제 도입과 지역방송 활성화 등으로 지방문화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도 여가와 돈을 정신적 행복찾기와 지적 활동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 무분별한 외래문화, 예컨대 미국의 대중문화 선호현상을 반성하고 문화적 자존심의 회복도 요청된다. 지방문화야말로 독자적 문화의 보고라는 주체적 시각을 가져야 균형있게 발전한다. 국민 모두 「빨리빨리병」에서 깨어나 「느림(숙성)」과 「10년공부의 가치(전문성)」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이건용).

④한국문화 홍보전략과 문화상품/전통미감 살린 상품·해외한국학 육성

응답자들은 단기적으로 문화상품의 개발, 장기적으로는 문화발전전문기관 설립을 제시하고 있다. 일상용품인 의상 신발등의 디자인을 전통문화를 접목시켜 개발하고(이원복), 상품의 외형과 포장을 한국적 미감을 살려 제작한다(정량모). 도자기 민속주 판소리 전통음악은 현대화를 통해 문화상품으로 다듬고(송호근), 미국의 코카콜라처럼 식혜나 수정과를 세계의 음료로 상품화한다(전병석). 해외 홍보비를 문화의 내실을 다지는데 투자하며(박맹호),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공연예술 분야를 지원한다(정진수·이윤택). 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우리 문화, 또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문화다원주의전략을 수립(김문환)하는 한편 해외한국학 육성및 지원에도 주력해야 한다(정재서).

⑤남북간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책/남북언어이질성 회복 선결과제

남북이 공유하는 전통문화의 재확인을 토대로 차근차근 이질성을 해소해가야 한다. 통일전에는 문화의 비교연구를 통해 격차를 좁힐 방안을 찾고 정보와 인적교류단계를 거쳐 공동과제를 설정, 화합의 길을 찾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의 문화·예술현황에 대한 자료수집과 정보분석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모국어에 대한 동질성 회복이 선결과제이며 이어 역사 철학 문화등 각 분야의 상이한 시각에 대한 조정이 진행돼야 한다. 상호 이해와 교류를 촉진할 자유로운 민간교류가 폭넓게 이뤄져야 하며 1단계로 TV시청의 상호개방, 남북관광코스 개발, 출판물 상호 전시및 판매, 공연을 거쳐 2단계로 교수 학생 교류로 옮겨가는 방법이 있다(서성록). 또 진정한 통일은 문화적 통일이라는 인식이 요구된다. 동질성 회복의 첫 걸음인 언어 이질성 극복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국어사전편찬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은).

통일후에는 활발한 경제교류를 토대로 북한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한다(송지헌). 무엇보다 남한이 양보와 이해심을 발휘, 동질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흩어졌던 민족이 재결속할 수 있는 구심점을 찾도록 한다. 특히 북한의 특성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공동의 민족문화이념을 만들거나 동질성 회복을 겨냥한 공동문화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남북한 문화인, 특히 대중문화인들이 꾸미는 공동무대를 자주 마련(양희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정리=이기창 기자>

□설문응답자들

▲강제규(영화감독) ▲고은(시인) ▲구상(〃) ▲김문환(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김원일(소설가) ▲김전배(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김혜수(탤런트) ▲박맹호(민음사대표) ▲서성록(안동대교수·미술평론) ▲송지헌(아나운서) ▲송호근(서울대교수·사회학) ▲심재명(영화기획자) ▲양희은(가수) ▲유준상(예술의전당 전시사업본부장)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음악원교수) ▲이원복(덕성여대교수) ▲이윤택(우리극연구소장) ▲림진모(팝칼럼니스트) ▲림청산(공주전문대교수·만화학회장) ▲전병석(문예출판사대표) ▲정량모(국립중앙박물관장) ▲정재서(이화여대교수·중문학) ▲정진수(연극협회이사장) ▲조성진(예술의전당 예술감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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