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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가스공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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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가스공포(사설)

입력
1996.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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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 서울 강남의 아파트단지등 8곳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한 도시가스 대량 누출사고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가스폭발의 공포감을 다시 일깨워 주는 한심스러운 사건이다.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대구 폭발참사와 서울 아현동 가스누출사고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또 가스가 폭발할지 지뢰밭을 밟고 다니는 듯 늘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왔다. 참사 직후 요란한 대책들이 쏟아져나왔었지만 어딘가 미덥지 못해 반신반의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그 대책의 허구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관리회사인 대한도시가스는 이번 가스누출이 사고가 아니라 단순한 가스분출일 뿐이며 화재나 폭발등 안전사고의 위험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가스관내 압력상승으로 안전밸브가 열려 가스가 자동분출된 것이며 또 배출관이 지상 5m에 설치돼 있어 우발적인 화재폭발의 위험성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변명에 불과한 것이고 불안에 떨었던 주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설명도 못된다. 1백m 떨어진 곳까지 냄새가 나고 소리가 들릴 정도의 대량누출이 1시간 가까이 8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는데 그것을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주장하고 사고가 아니라고 우기는 태도부터가 잘못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직후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더욱 한심한 것이었다. 사고가 난지 1시간이 지나도록 가스회사 직원이 나타나지 않아 자다가 옷가지만 챙겨들고 긴급대피한 주민들은 누출되는 가스가 언제 불기둥으로 변할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들이 출동한 시각은 양재동의 경우 새벽 2시30분이었다고 한다. 고덕동에는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직원들이 나타나지 않아 소방관들이 절단기로 정압기실의 자물쇠를 뜯고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가스사고의 예방에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철저한 관리와 주의밖에 달리 대처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스회사의 허술한 관리체제와 직원들의 나태 무성의는 심각한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근무직원이 6명뿐이라 신속대응이 어려웠다는 것은 대한도시가스측의 안전불감증을 확인해 주는 말일 뿐이다. 야근 직원을 1백명으로 늘리더라도 사고위험에 완벽하게 대처하는 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 것이 가스회사다.

관계당국에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해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니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대형참사를 내고 문책해임됐던 책임자가 영전되는 식으로 인사를 하고 판에 박은 듯한 후속조치를 되풀이해서는 사고재발을 막을 수 없다. 엄정한 조사와 추상같은 엄벌로 일벌백계를 해야만 허술한 관리체계를 뜯어 고칠 수 있고 나태 무성의한 자세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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