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체제에 이상신호가 잇달아 켜질수록 통일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통일을 얘기할때 통일비용 등 경제적인 측면에 연구와 논의를 집중해왔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민주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는 1,377만명이상의 유권자가 정치권에 새로 편입 된다. 통일한국의 정치를 전문가들의 주장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정리해본다. 도움을 준 전문가들은 황병태의원(신한국당 평화통일위원장) 이동복의원(자민련 총재비서실장) 림동원(아태재단 사무총장) 구본태(전통일원 정책실장) 최평길(연세대교수) 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윤덕민씨(외교안보연구원교수) 등이다.◎북쪽의 변화/북한주민 민주훈련 기간 필요… 참정권 일시적 제한 불가피
통일한국은 북한주민의 정치적 권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어떤 형태의 권력구조를 채택 할 것인가.
북한주민의 정치적 권리는 합리적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쪽이 우세하고 권력구조는 대통령직선제, 대통령간선제, 내각책임제등 다양하다.
북한주민의 정치적 권리보장에 대한 대처방안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우선은 독일의 사례처럼 북한체제붕괴와 동시에 완전한 선거·피선거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는 방안이다. 독일은 통일된뒤 두달여 만인 90년 12월 자유총선거를 실시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같은 방식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당시 인구가 동서독 각각 6,200만명과 1,600만명으로 4대1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통계청이 추정한 북한의 만20세이상 인구는 1,377만명. 15대총선에서 남한의 선거인수는 3,148여만명으로 2.4대1정도의 격차가 있다.
특히 통일직후 북한지역이 혼돈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단계에서 북한주민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이 경우도 한꺼번에 참정권을 회복시켜 주자는 주장과 단계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부 및 관련기관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북한체제가 붕괴할 경우 일정기간 군정에 의한 계엄통치를 상정하고 있다. 이후 북한지역 통치에 관한 특별법령을 제정, 초헌법적으로 참정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북한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정치훈련 소요기간은 5년정도.
그러나 외부세계에 노출된 북한주민들의 정치참여를 이토록 장기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독일의 경우 공산정권붕괴 직후 서독정당들이 동독지역에 지부조직을 결성하고 당원을 모아 이들을 교육시켰다.
선거구수 조정 또는 대통령선거인수를 점차 확대하면서 북한주민의 참정권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같은 방안은 내각책임제, 또는 대통령간선제로의 개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지도자 상은/7천만명운 이끌 리더십 요구/화합·개혁등 추진능력 남출신 유력
통일한국을 이끌어 나갈 통일시대의 지도자는 어떠한 자질과 덕목을 지녀야 할까. 통일시대의 지도자는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할 7,000만 한민족의 명운을 숙명적으로 걸머져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주의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택할 통일한국의 지도자가 대통령일지, 수상일지, 아니면 이원집정제하의 대통령이나 총리일지는 통일한국이 국민적 합의로 이끌어낼 국가권력구조에 달려있다. 그리고 지도자의 선출방식 역시 통일한국의 헌법에 규정될 것이다. 우리정부는 법무부와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통일헌법의 골간을 연구중에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중견 정치인이나 전문직 출신. 진보와 보수 양 체제를 모두 수용,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이념적 신축성을 가진 사람. 끊임없는 개혁성향과 함께 지역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 특히 경제와 안보분야에 대해 높은 식견을 가진 사람…」
대다수 통일문제전문가들은 통일한국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제시한다.
통일한국의 지도자가 우선적으로 지녀야 할 기본 조건이 식민지와 분단시대가 남긴 온갖 잔재를 민족적 차원에서 청산하면서 통일한국을 세계의 중심국가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최평길교수(연세대)는 『이념적 차원에서 통일한국의 지도자는 약간 진보적인 온건·중도의 입장에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를 동시에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통일한국을 미·일·중·러시아와 함께 명실상부한 「5강」의 위치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국가경영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박사(세종연구소연구원)는 『갖가지 후유증이 예상되는 통일한국을 이끌어나갈 지도자에게는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지역적으로 통일한국의 지도자는 통일의 주도권을 쥘 남한 출신이 유력하다고 봐야 한다. 인구구성비에 있어서도 남한은 북한의 2.3배이다. 남한출신이 국가지도자가 될 경우 북한출신이 제2인자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 엘리트집단은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자본주의적 생활방식을 익히면서 과도기적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의회의 형태/점진통일땐 양원제 바람직/인구비례식 하원·남북동수 상원 구성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통일에 대비해 상원용으로 별도의 본회의장이 마련돼 있다. 통일이 돼 양원제가 채택될 경우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처럼 통일한국의 국회는 양원제를 바람직한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희망대로 남북 합의에 의해 통일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양원제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하원은 남북한 전지역에 걸쳐 차등을 두지 않고 인구비례에 따른 직접 선거로 선출될 것이다. 때문에 남한지역에서 선출되는 하원의원의 수가 월등히 많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수적 불균형이 심각한 갈등과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긴장을 완화시키고 명실공히 남북한간 화합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상원의 조절 기능이다. 상원은 인구비례에 따르지 않고 남북한 지역에서 각각 동수의 대표를 뽑아 구성한다. 즉 북한지역 전체의 대표성에 상대적인 비중을 두고 상원의 남북한간 권력배분을 균등하게 하는 것이다.
남북한 동수의 원칙이 정해지면 상원의 선출방법은 다양하게 조정될 수 있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직접 선거를 통해 상원을 뽑되 남북한 각 지역을 하나의 광역선거구로 할 수도 있고 이를 세분화할 수도 있다. 상원은 직접 선거에 의하지 않고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 각 지역의 지도적 인사들 가운데서 추대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상원은 일종의 「원로원」성격을 띤다고도 볼 수 있으며 북한지역의 인재들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러한 성격의 상원은 통일완성단계에서 뿐만아니라 우리가 상정하고 있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2단계인 남북연합단계에서도 구성될 수 있다.
통일이 점진적 방법에 따르지 않고 북한의 붕괴등으로 급격히 이뤄질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때에는 강력한 방법으로 통일전후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생긴다. 따라서 의회제도도 단원제를 유지, 어느 일방의 주도를 사실상 허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단원제 의회에서는 북한의 참여가 있더라도 소수파를 면치 못할 것이고 대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과도기에 잠정적으로 단원제가 운영되더라도 통일이 안정국면에 접어들면 결국 양원제가 등장할 것라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정당제 향방/보수에서 극좌까지 다당구도/난립·이념갈등 예방장치 마련시급
통일한국의 정치판도는 통일방식에 따라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나 북한의 「고려연방제」구상에 따라 체제가 공존하는 점진적 통일이 이뤄질 경우 북한세력은 통일 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닐수 있다.
반면, 통일이 급진적으로 이뤄지거나 흡수통일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한의 기존 정치세력이 북한의 이익을 대변 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세력의 급격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이 경우 북한의 지역 계층 세대간의 갈등요인이 남한의 그것과 중첩, 정치는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띨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정치세력이 이같은 갈등요인으로 인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갈등요인을 수렴하기 위해 통일한국의 정당은 상당기간 다당제적 구도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념적 범위도 보수로부터 극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통일에 수반될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회 각부문의 갈등요인을 통합해 나갈 수 있는 정당구조가 어떤 형태를 띨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종석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는 『통일한국이 시장경제체제를 택할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한뒤 『중도우파정당이 다수의 중간영역을 점유하면서 극우 및 극좌정당에 대해 절대우위를 차지하는 구도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일 후의 안정적 정당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통일에 즈음해 북한의 정당구조를 재편, 육성해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노동당과 기득권세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극좌세력의 확대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노동당 이외에 새로 출범할 정당에 대해서는 지원과 육성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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