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혁,삶의 질 향상에 중점”/김 대통령 본보창간42돌 특별회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혁,삶의 질 향상에 중점”/김 대통령 본보창간42돌 특별회견

입력
1996.06.09 00:00
0 0

◎규제완화·노사관행 개선 가속/북,4자회담 결국 받아들일것/국회 다수결 운영 바람직/야 총재 언제든 만날 용의/정부기능·권한 지자체로 대폭 이양/자생력 있는 중기 육성에 정책 중점한국일보는 창간 42주년을 맞아 김영삼 대통령과 특별회견을 갖고 정치개혁등 국정전반에 관한 김 대통령의 구상과 소신을 들었다. 김대통령은 8일 상오 청와대 본관 2층 대통령 집무실에서 본사 이성준편집국장 노진환정치부장과 가진 특별회견에서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 월드컵 개최방안, 97년 대통령선거, 심각한 북한상황, 정부의 신재벌정책및 노사개혁등 23개 질문에 관해 상세히 답변했다.

―잔여임기중 국정운영에서 어떤 점에 가장 역점을 두시겠습니까.

『먼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가운데 「세계화」라는 큰 방향 아래서 지속적으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생치안 민원행정 환경 보건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한 개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또 국제경쟁력의 지속적인 강화를 위해 제2단계 규제완화와 함께 노사관행을 합리화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이 참여하고 동참하는 개혁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인 자기희생 필요

―신한국당이 안정의석을 확보하는 작업에 대해 야당이 강하게 반발, 15대 국회가 파행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15대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이며 김대중국민회의·김종필자민련총재와 다시 한번 만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신한국당에 당선자들이 스스로 들어오는 것을 「영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글자 그대로 「입당」이지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소수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지요. 국회도 이 원리대로 운영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총선후 야당의 총재들을 만난 일이 있고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극심한 지역감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바뀌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 것같은데요.

『4·11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낡은 정치와 부패한 정치는 이제 청산되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민의가 가장 분명히 나타난 것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선거결과였습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과 안정속의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선거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여러 곳에서 여당의 정치신인들이 선전한 것은 국민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정치를 정착시키는데 있어 다음 대통령선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5대 대통령선거와 관련,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그 문제는 내 임기가 아직 1년8개월이나 남아 있는 시점에서 언급하기에 아직 빠르며 차차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때가 되면 얘기하지 말자고 해도 여러가지 논의가 나올 것입니다. 지금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정책에 반영하고 국민이 안정속에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깜짝 놀랄만한 젊은 후보」를 언급하신 적도 있는데 대통령후보의 자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벌써부터 너무 앞서가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신한국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선정은 시대적 변화의 추이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잘 추진될 것이라는 점만 밝혀두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에서 바람직한 정치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몇가지 꼽아 주십시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국가의 장래에 대해 진정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겠지요.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도 중요하고 또 유혹을 이기고 자기희생을 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치인이 자기희생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선거법 공명의지 맞게

―얼마전 김대중총재가 주장한 지역정권교체론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역정권교체론의 진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무어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정치얘기는 이제 그만 합시다. 국민도 정치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지 않습니까』

―한가지만 더 정치와 관련된 질문을 하겠습니다. 야당에서 이번 총선을 「여권의 부정선거」라고 규정짓고 진상조사와 함께 정치관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선거는 역대 국회의원 총선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풍토속에서 치러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깨끗한 선거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정부의 엄정한 선거관리로 과거 어떤 총선보다도 공명하게 치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선거혁명의 출발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선거법 문제는 개정이 능사가 아니라 법을 지키려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개정을 추진한다면 보다 엄격히 공명선거를 치를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하기 전이라도 식량사정이 가장 어려운 7,8월께 곡물을 지원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몇차례 얘기한바 있지만 북한의 식량난은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 해결 또한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나 적십자 창구를 통한 민간차원의 지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함께 제의한 4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리라고 보십니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을 제의한 것은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을 배경으로 나온 것입니다. 북한이 아직 공식답변을 미루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이 제안을 지지하고 있고 회담이 성사될 경우 최대의 수혜자는 북한이라는 점에서 북한도 결국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남북경협이 4자회담과 연계돼 추진될 것인지 아니면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를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남북경협은 정부가 주도하는 가운데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남북경협을 경제적 측면만 고려해서 추진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문제와 너무 강하게 연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최근 북한 미그기의 귀순, 과학자의 망명등 잇달아 북한을 탈출하는 고위층 인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정치권 눈 크게 떠야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북한동향에 관해 보고를 받고 있지만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고 다만 북한의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과 에너지난 등 경제적 어려움은 북한 경제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며 따라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는한 개선될 전망은 없다고 봅니다. 권력승계 문제를 비롯한 내부정세도 매우 불투명하고 최근 특권계층이 잇달아 귀순하고 있는 것에서 알수 있듯이 내부단속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이 육상과 해상에서 도발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국 내부적 어려움 때문에 북한 사회 내부의 단합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또 우리를 시험해 보려는 것도 있겠지요. 현재 한반도에서 긴장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내부 사정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개최키로 함에 따라 한일 협력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월드컵 공동개최는 FIFA에서도 처음 한 결정이기 때문에 FIFA로서도 공동개최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한국과 일본 양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충분히 상의해야 합니다. 앞으로 긴밀히 이루어질 양국간의 사전협의는 궁극적으로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월드컵 유치를 위해 국민이 보여준 결집력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 제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제 정치도 밤낮 과거에 매달려 있지 말고 눈을 세계로 돌려야 합니다. 세계가 급변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도 눈을 크게 뜨고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진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이 세계속의 중요한 나라로 부상되고 있는 때 모든 부문이 거기에 맞는 격을 가져야 합니다』

―지방자치의 시행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자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복안을 밝혀 주십시오.

○경제규제 완화 미흡

『급증하는 지역이기주의적 행태가 국책사업의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등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도 국민의 자율과 책임의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리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지방에 보다 많이 이양하여 지방자치의 폭을 넓히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행정 규제완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3년간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로 규제완화를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미흡한 것도 사실입니다. 금융 토지 등 그동안 업계가 핵심적으로 제기해 온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고 규제를 계속 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규제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의 배경과 방식을 투명하게 하고 직접규제에서 간접규제로,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등으로 규제방식을 전환하여 규제요소를 최소화하도록 할 것입니다』

―정부의 신재벌정책에 대해 재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신재벌정책의 골자를 설명해 주십시오.

『정부는 기본적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해 나감으로써 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보호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여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일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본방향 아래 기존 법테두리안에서 시행이 가능한 것은 곧 시행에 옮기고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각계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점진적으로 하나씩 확정해 나갈 것입니다』

○세계질서 능동참여

―대통령의 신노사관계 구상에 따라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중입니다. 노사개혁을 둘러싼 노사간의 입장 차이가 매우 큰 것같은데요.

『현재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둘러싼 노사간의 입장이 여전히 대립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노사간의 합리적 대화를 통한 상호신뢰의 기반이 구축된다면 지금 노사간에 가지고 있는 우려와 오해는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사개혁은 바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기개혁운동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과 더불어 추가 시장개방등 부담도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하는 것은 세계경제질서의 형성논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국익을 지키고 각종 규범을 선진화하여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정부는 외환 투자 무역 금융 등 각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여 선진회원국 수준에 접근시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도와 방법은 우리 경제의 거시적 안정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조정할 것입니다』

○퇴임후엔 이웃들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구상을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중소기업의 부도율이 낮아지고 도산업체의 수도 줄어드는등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다소 호전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자생력있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정책의 중점을 둘 것입니다』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한 후속조치는 무엇입니까.

『지난 50년간 누적된 관행을 고치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드러난 일부 문제점에 대해 현재 교육부에서 일선 학교의 여론을 수렴하여 그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교육개혁의 추진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완대책을 수립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퇴임하면 조용히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한바 있는데 퇴임 이후의 생활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매일매일 국정수행에 몰입하다보니 퇴임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만 질문이 나왔으니 대답하자면, 퇴임하면 늘 고마운 상도동의 이웃들과 함께 조용히 지낼 생각입니다』<정리=신재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