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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명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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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명암(사설)

입력
199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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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국가로 나라를 세운 지 반세기, 정부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을 줄기차게 추진한 지 한세대만에 세계속의 우리 위상은 실로 기적같은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다. 국민 모두가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하며 달려온 노력의 결실은 세계인을 놀라게 만들었다.통계청이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국가통계를 세계 1백10개국과 비교분석한 숫자로 보는 한국의 위상은 실로 놀라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민총생산규모가 세계 11위, 무역규모가 12위, 선박수주와 건조는 세계 2위로 전체적인 국가경제력이 세계 10위 안팎에 이르렀다는 것은 우리를 자랑스럽게 하는 밝은 측면들이다.

또 자동차생산량이 세계 6위나 되며, 국민의 저축률은 세계최고이고, 전문대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질높은 인적자원을 갖게 됐다는 것도 우리 국력의 성장 잠재력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자랑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국가경제력을 갖춘 나라치고는 전반적인 국민의 삶의 질이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어둡고 그늘진 면이 너무 많아 수치스럽기조차 한 것이다. 천륜을 어길 정도로 아들을 선호해 남아출산 비율이 세계 1위이고, 간암사망률도 세계 최고이며, 자동차사고 사망자가 많기로 세계 2위라는 것은 국가적인 수치임이 틀림없다.

어디 그뿐인가. 도로에 차가 붐비기로는 세계 4위이고, 결핵과 고혈압사망자가 많기로도 세계 5위이며, 물가가 불안하고 소득수준에 비해 문화시설이 크게 뒤떨어져 국민의 삶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연말로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섰다. 월드컵 축구경기의 공동개최도 따내 국가경제력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국민을 국가의 경제력만 키우는 경제동물로 전락시키지 말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각종 질병과 교통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 평균 수명을 늘려야 한다.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인류의 평화복지에 기여할 줄 아는 건전한 가치관을 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동포를 끌어안을 물적·정신적 준비도 시작해야 하고 날로 파괴되는 환경을 되살리는데 과감한 투자로 쾌적한 삶의 공간을 후손들에게 넘겨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벌이에만 탐닉하는 경제동물로, 비문화민족이란 비난을 세계인들로부터 받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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