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반덤핑관세로 컬러TV 수출 큰 타격/최근 대미무역적자도 크게늘어 “자신감”정부가 삼성전자의 컬러TV에 대해 반덤핑조치를 풀지않고 있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을 검토하게 된 것은 더 이상 미국으로부터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우리의 최대무역상대국이고 이에따라 주요 통상현안에 대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강자라 해도 종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세운 것이다.
정부가 통상분야에서 「최후의 카드」로 통하는 WTO제소라는 강공을 검토하게 된 것은 미국의 처사가 워낙 부당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84년 삼성전자 컬러TV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해 12%대의 덤핑판정을 내렸고 이에 해당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여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86년이후는 덤핑률이 0.5% 이하로 내려갔다. 3년 연속 덤핑률이 0.5% 이하가 되면 반덤핑조치 철회를 신청할 수 있다는 국제 규정에 따라 이 조건을 충족한 91년에 삼성은 철회신청을 냈으나 미국은 매년 이를 기각해왔다.
미국은 철회신청요건을 충족시키기는 했지만 자국 관련규정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혀왔는데 정부와 업계는 이는 명분에 불과하고 우리 가전사의 수출을 계속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억지성 규제로 91년부터는 삼성전자 컬러TV의 미국수출이 중단되는등 우리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외교경로를 통해 해결을 유도했지만 결과는 미국의 냉담한 반응이었다. 날로 확대되는 무역적자로 한푼의 수출이 아쉬운 시점이라 정부로선 강공쪽으로 선회하게 됐다.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대미 무역적자도 우리 정부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 100억달러의 3분의2에 가까운 62억달러에 달했다. 올해 1∼4월중 대미 적자는 3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달러로보다 10억달러가 많아졌다. 더구나 최근 대미 수출증가세는 둔화되면서 수입증가세는 높아져 앞으로 적자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워낙 강한 상대라 쉽게 제소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우리의 수출입 관련제도중 아직 낙후된 것이 많고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WTO에 가서 승리하더라도 그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미국의 파상적 공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미국을 WTO에 제소할 경우 양국은 60일간 분쟁해결을 위한 양자협의를 갖고 여기서 해결이 나지 않으면 WTO산하 분쟁해결기구가 6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최종판정을 내리게 되고 이 판정은 강제 집행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미국측이 반덤핑조치의 부당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고 최근 몇가지 양보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아 WTO제소전에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이백규 기자>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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