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권이 가장 잘 존중되는 나라로 흔히 미국을 꼽는다. 그래서 미국을 인권의 천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미국에서도 범죄를 저질러 징역살이를 하는 죄수들의 인권에 있어서는 반드시 천국이 아니다. 죄수가 하도 많아 감옥이 콩나물시루 같이 붐비니 사람다운 대접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건대통령 때의 사건이다. 콩나물시루처럼 붐비는 초과밀 수용에 분통이 터진 죄수들이 감옥을 부수는 폭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레이건대통령은 『강도·강간범들에게 무슨 놈의 인권이냐』며 강경대응했던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 이와는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2백개 대도시들이 미성년자에 대한 야간통행금지제를 일반화하고 있는 추세도 여간 관심이 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야간통금제를 아예 법으로 못박아 실시하는 대도시가 90개에 이른다. 56개 대도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청소년야간통금을 실시한다. ◆ 결국 2백개 대도시중 75%에 달하는 1백46개 대도시가 청소년야간통금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금실시로 청소년들의 인권이 다소 침해될 소지는 있지만 늘어나는 청소년범죄를 줄이고 또 범죄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것이 더 낫다는 미국인들의 실리주의적 사고방식이 청소년들의 인권제한조치도 불사하게 했는지 모른다. ◆ 그런데 우리의 청소년야간통행금지제실시 방안은 왜 유야무야됐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행정쇄신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제안한 후 반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으니 말이다. 청소년야간통금제는 학교폭력근절대책 차원에서 대도시에서부터 도입해봤으면 한다. 꼭 미국을 흉내내자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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