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수와 반바지 신세대의 한치 양보없는 불꽃토론장/주입식에 길든 신입생 고정관념 부수기 15년중앙대 제2캠퍼스 「행정학 원론」수업시간은 학생들의 열띤 토론과 노교수의 정열로 마치 한판 싸움장같다. 회갑을 눈 앞에 둔 노교수와 모자를 쓰고 반바지를 입은 신세대 대학생 사이에 아무런 벽이 없다.
박명수 교수(59·행정학)가 맡고 있는 이 수업은 주로 1학년을 대상으로 한 행정학의 맛뵈기 강의. 행정학이라는 학문자체가 딱딱한데다 3시간짜리 연강이라 별 인기가 없을 듯 한데 수강생이 넘친다.
2시간의 강의식 수업은 박교수의 우렁찬 중저음 목소리와 정치유세장에서 봄직한 현란한 팔동작, 가끔씩 내려치는 교탁의 둔탁한 소리가 이어지면서 어느틈에 흘러간다. 나머지 1시간은 학생들의 열띤 토론으로 채워진다. 논의에 주로 참석하는 12명의 학생들은 물론 나머지 40여명의 학생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는 노교수의 따끔한 꾸지람을 피할 수 없다.
「행정학원론」과목이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의 토론식 수업이 된 것은 순전히 박교수의 고집때문이다. 대학교육만은 주입식이 아니라 토론식이어야 한다는 것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등에서 14년동안 교수생활을 경험한 박교수로서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었다. 82년 중앙대에서 이 수업을 시작했으니 어느 새 15년의 전통을 쌓았다.
한학기에 2번 실시하는 강의평가제도 「행정학 원론」의 특징으로 꼽을 수있다. 당시로서는 거의 혁신적이라 할수 있었던 강의평가제는 서서히 학내의 공감을 얻어 마침내 2년전부터는 학교차원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행정학 원론」이 지금의 열린강의로 변신하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고등학교까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신입생들에게 활발한 토론과 교수의 강의평가를 요구한 것이 다소 무리가 되기도 했다. 박교수는 『아직도 학기를 시작하는 1∼2주일 동안에는 꿀먹은 벙어리를 말문 터진 어린아기로 만들어 내느라 진땀이 빠진다』고 털어놓았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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