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없는 판화도 오리지널인가/화랑협,“작품위에 육필서명 안돼” 복제품 결론/판매 서미화랑,제명당하자 진품증거 제시 맞서「작가의 육필사인이 없는 판화도 오리지널인가」. 유명작가의 판화작품에 관한 진위논쟁이 한창이다. 이 논쟁을 계기로 판화계에서는 오리지널판화의 정의를 담은 판화헌장 제정과 감정기구의 설립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시비가 빚어진 작품은 서미화랑이 5월1∼5일 열린 「5월미술축제―한 집 한 그림걸기」행사에서 각각 300만원, 100만원에 판매한 피카소의 「이미지를 그린 초상화」(50×65㎝)와 칸딘스키의 「무제」(53×72㎝). 오리지널판화에는 좌측 하단에 전체 발행매수를 표시하는 에디션과 일련번호가, 우측 하단에 작가사인이 연필로 씌어 있는데 두 작품에는 에디션과 일련번호만 있을 뿐 사인이 인쇄돼 있거나 판상 에 기록돼 있다.
진상조사에 착수한 한국화랑협회(회장 권상릉)는 지난 3일 열린 이사회에서 두 작품이 복제품(Reproduction)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서미화랑을 제명키로 했다. 협회는 『판화미술진흥회와 전문작가, 화랑협회감정위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우측 하단에 작가의 연필사인이 없는 복제품으로 확인됐다』며 『복제품과 인쇄품이 나도는 상황에서 선의의 미술애호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명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창설 이후 처음인 제명결정은 17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화랑에 소명기회를 주고 인준을 받게 돼 있지만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
이에 대해 서미화랑은 『피카소작품은 69년에 제작한 연작 20점(일명 킹시리즈)을 프랑스공방「미술세기」로부터 7,500만원에 구입, 모호텔에 15점을 팔고 남은 작품중 하나』라며 공방이 발행한 작품보증서와 최근 팩스로 보내온 확인자료를 공개했다. 「미술세기」의 보증서와 첨부자료에는 「피카소가 카보드 위에 제작한 석판화에 해당되며 사인은 석판 위에 직접 적어 넣었다」고 돼 있다. 서미화랑은 우측 하단에 인쇄사인이 찍혀 있는 칸딘스키판화도 미국의 구입처를 통해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는 60년 빈에서 열린 제3회 국제미술인회의에서 발표된 원칙과 제작관행을 지적, 『어떤 경우라도 친필사인이 별도로 있어야만 오리지널로 간주된다』며 『일본에서는 작가가 발상―묘화―제판·판쇄에 참여한 후 갑자기 사망해 육필사인을 못한 경우에도 오리지널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태수 판화미술진흥회장은 『오리지널개념에 대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 제작기법·서명번호 표시·인증방식등을 명시한 판화헌장을 7월까지 제정하고 전문감정기구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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