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입장/미묘사안 불구 정공 돌파/「근거」 시비 의식 판단배경 상세 제시5일 감사원이 발표한 한약조제시험 특별감사 결과는 시험에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감사원은 집단이기주의 양상을 띠고 있는 한·약분쟁이 감사원 감사나 법의 눈금을 통해 해결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상당히 「강경한」감사결과를 내놓았다.
이시윤감사원장은 감사기간 여러차례 『이번 감사는 감사원의 위상과 권위가 걸린 사안』이라며 『약사와 한의사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대처해 올바르고 공정한 감사결과를 내놓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시험문제의 유사성 범위였다. 당초 유사성 범위는 자의적 기준에 따라 달라질수 있어 이에 관한 명확한 판정은 내리지 못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감사원은 그러나 68%라는 수치까지 못박아 유사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감사원은 유사성 판단의 과학적 근거가 시비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식, 판단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감사원이 밝힌 유사성 판단의 근거는 크게 4가지다. ▲예상문제집 문제와 출제문제가 거의 같고 정답도 같은 경우 ▲예상문제집의 질문과 대답을 출제문제에서 대답과 질문으로 바꿔 놓은 경우 ▲예상문제집의 내용을 추가하거나 단순화 했으나 정답이 같은 경우 ▲한자전문용어를 한글로 풀어 서술하거나 한글용어를 한자전문용어로 풀어 서술한 경우등이다.
출제위원들은 예상문제집 문제와 동일한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고도 「같은 문제를 제외시킨다」는 명분으로 4종의 예상문제집을 출제장소에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밝힌 68%의 유사성은 「도서출판 정담」의 문제집에만 국한된 것이므로 다른 3종의 문제집을 포함시켜 유사성을 가린다면 이보다 비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또 30명의 출제위원중 한의대교수 9명이 시험문제가 너무 쉽다는 이유로 출제장소를 이탈함에 따라 폐기키로 했던 1백20개 문제 가운데 85개를 그대로 출제하거나 일부 수정해 사용했음을 밝혀냈다. 30명의 출제위원중 나머지 21명은 약대교수들이다. 게다가 이들중 13명은 약사회가 주관한 시험대비강의에 출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강의를 한 약대교수를 출제위원에 위촉한 것은 약사법에 위배된다.<홍희곤 기자>
◎복지부 표정/예상밖 결론에 당혹·긴장/내일 유·무효결정 “다시 홍역 불가피”
5일 하오 감사원의 특감결과를 통보받은 보건복지부는 김량배장관과 이기호차관, 이경호약정국장등이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가는등 아연 긴장감에 휩싸였다. 복지부의 이같은 분위기는 특감결과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도높고 포괄적이기 때문.
이번 감사결과는 복지부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시험문제를 사후공개하는등 출제과정의 투명성과 엄정성을 누누이 강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제기간중 격리된 출제위원의 외부통화가 가능했고 심지어 무단외출까지 한 사례 등은 국가주관시험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을만큼 엉망인 관리실태를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감사결과만을 놓고 볼때 현재로서는 복지부가 이번 시험의 유·무효와 관련,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감사결과가 부분적으로 재시험실시 불가피론과 불가론 양쪽을 모두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약대교수출제위원 21명중 13명이 시험강좌의 강의교수였고 예상문제집 4종을 출제장에 반입했으며 이중 한 문제집과 유사한 문제가 68%나 되는 점, 또 한의대교수의 출제장 이탈이후 기출제문제의 상당수가 폐기되지 않았던 점등은 한의계의 시험무효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반면 출제교수와 대한약사회, 예상문제집 출판사간의 사전담합행위를 입증할만한 증거나 관계인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고 문제유출 및 누설풍문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시험장 관리도 엄격했다는 부분은 약사회측의 재시험 불가론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한·약 양측은 모두 이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일부 긍정, 일부 반발의 미묘한 반응을 보이며 7일의 복지부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의계는 감사원이 시험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는 점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사전누출 및 담합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약사회는 시험의 공정성을 가리는 핵심인 사항이라고 할 출제담합이나 문제유출 등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번 감사결과의 다른 지적사항들이 앞으로 사태를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이준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