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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정치가상/이수윤 한국교원대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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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정치가상/이수윤 한국교원대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입력
199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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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일이다. 정치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사물·인생·사회에 대해서 올바로 바라보는 것을 가르쳐 준다. 예술가들은 사물·사회·인생의 본질을 진실한 심정에서 본성적으로 직관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예술가들은 사물의 진리·사회의 본질·문제의 핵심·인생의 진실성에로 사람들을 인도한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력감과 좌절감을 극복하고 진리와 진실을 실현하려는 자각적 의식에 충만하도록 한다. 참다운 정치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사물의 진리·사회의 본질·인생의 진실·문제의 핵심에로 향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정치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낙오하거나 패배하여 의기소침한 사람들을 격려하고 고무하여 그들로 하여금 인생의 진실과 진리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해야 한다.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본성적·직관적으로 진리와 진실을 말하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사람만이 참다운 정치가가 될 수 있다.정치는 학문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변하는 가치와, 상황이 어떻게 변화해 가더라도 언제나 진리로서 타당한 일반적 원리를 추구하면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참다운 진리를 인식하고 올바른 이론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와 학문은 완전히 일치한다. 진실한 학자·올바른 학자는 변화적 상황의 의의만을 내세우면서 보편적 이론체계의 무의미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결코 취하지 않는다. 학문은 변화적 상황에 관심갖기보다는 언제나 불변하는 존재에 대한 탐구로 일관하여왔다. 학자들은 보편적 진리추구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그것에 대해 학자적 고집으로 집착하지만 그것의 구체적 실천에 대한 의지는 정치가들보다 약하다.

참다운 정치가는 학자와 마찬가지로 진리추구에 대한 정열에 불타면서도 여기서 더 나아가 그것의 구체적 실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플라톤의 철인군주론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의 철인군주론에서 철학은 학문을, 철인은 학자를, 군주는 정치가를 의미한다. 그의 철인군주론은 학문적 이론과 정치적 실천의 구체적 통일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올바른 이론은 가장 진실한 정치적 실천의 도구이다. 체계적 이론 없는 올바른 정치적 실천은 없다. 올바른 이론 없이는 변화적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여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올바른 이론 없이는 변화하는 상황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없다. 올바른 이론 추구는 참다운 정치가의 제1의 조건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가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적지 않다. 그것은 정의로운 국가를 이루어 가는데 있어서의 정치의 적극적 역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정치는 참으로 신념이 투철하고 소신이 뚜렷한 용기있는 사람들의 활동의 장이다. 정치가들은 원래 가장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정치가들은 운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씩씩한 용사들이다. 정치가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로 실현해 낼 수 있는 의지의 소유자들이다. 정치가들은 국민을 분발시켜 그들의 자질을 계발해 나가려는 용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교육자적 천성도 갖추고 있다.

국민은 지금 진실한 심정·확고한 이론·소신에 찬 용기를 지닌 정치가들이 많이 등장하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핵심문제를 해결하는 새 정치를 펼쳐 주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우리 사회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자본주의 사이의 본질적 모순에 있다. 경제적 자유주의·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자율과 자유방임을 지향하면서 우승열패·약육강식·적자생존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초기에는 대중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그 시기 이외에는 예속과 소외의 상태로 방치되었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진전될 수록 대중의 의식은 각성된다. 대중은 점차 정치적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경제적 자유주의·자본주의의 원칙에 모순되는 이성적 국가권력의 개입을 통한 사회경제적 조화의 실현을 요구한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대다수 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온 문민정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자본주의 사이의 근본적 모순을 올바르게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소수인만의 행복·만끽을 가져오는 경제적 자유방임주의를 지양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조화를 지향하는 경제적 민주주의를 유기적으로 통일하여 국민 모두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진정한 국민통합도 실현될 수 있고 참다운 국가경쟁력도 확립될 수 있다. 국민은 이 점에서 15대 국회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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