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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북단 왓카나이­러시아 최남단 쿠즈네초보시

입력
199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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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무역 성황 “우린 분쟁 몰라요”/선원 작년 48,000여명 다녀가 해산물 등 제공/일제차 등 연 1억불 구입 “없어서는 안될 이웃”일본 최북단 도시 왓카나이(치내)가 러시아와의 국경무역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왓카나이는 홋카이도(북해도)섬 최북단 도시로 러시아의 사할린섬 최남단 쿠즈네초보시와는 얼음이 떠다니는 폭41.7의 해협을 사이에 두고 빤히 바라보고 있다. 외부 세계에서는 두 도시가 쿠릴열도(북방 4개섬)를 둘러싼 러·일 국경분쟁 분위기에 휘말려 있기 때문에 시민들끼리도 날카로운 대립을 계속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 사는 풍경은 역시 「좋은 게 좋은 것」인 모양이다. 그저 잘 먹고 잘 살아 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500척 이상의 러시아 어선이 왓카나이에 도착했다. 러시아 선원만도 4만8,000명 이상이 다녀갔다. 왓카나이 전체인구(4만6,000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러시아인들은 게 새우는 물론 온갖 해산물을 엄청 내려놓고 대신 중고자동차 가전제품 채소 의류 자전거 TV 등을 잔뜩 실어갔다.

홋카이도와 혼슈(본주) 북서해안에 있는 항구 도시들도 비슷한 국경무역 붐을 이루고 있다. 양쪽 주민들은 도쿄(동경)나 모스크바의 정치기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왓카나이에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업자들 숫자는 92년 이후 3배 가까이 늘었다. 중고차 대리점이 20곳으로 늘었는가 하면 가전제품 가게들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간판과 쇼윈도는 물론 왓카나이 시장의 명함까지 일본어와 러시아어로 인쇄돼 있다. 쓰루가 가즈오 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사람들과 교역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러시아 선원들이 이 도시에서 매년 1억달러 이상의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왓카나이시는 지나친 어로경쟁으로 어획고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다른 산업도 자리를 뜨고 있는 추세다. 젊은이들은 삿포로(찰황)나 도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할린과의 교역은 더더욱 중요하다.

왓카나이 일·러경제교류협회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는 주부 미츠코 호리타씨(52)는 『사할린과의 특별한 관계는 우리의 미래』라고까지 말한다.

러시아인 자동차 중개상 아나톨리 쿠즈네초프씨도 『생선을 팔고 다른 물건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교역이 계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풍토도 많이 달라졌다. 5년전 러시아인들이 처음 왓카나이에 왔을 때는 물건 보는 눈이 까다롭지 않았다. 작동만 되면 오케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디자인이 어떻고 하며 따진다. 왓카나이의 일부 술집에는 러시아 선원들이 좋아하는 루마니아 토플리스 댄서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왓카나이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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