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감안 확대 신중자세 불구/상황·여론보며 수위조절 예상검찰의 강도높은 사정으로 봄부터 경제계에 몰아닥친 「이상한파」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의 경제계사정은 3월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간부의 독직사건이 불거졌을때부터 이미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당시 검찰이 「성역」으로 치부돼온 공정위에 처음 메스를 댄데 대해 상당한 상징성을 부여하는 시각이 많았었다. 이를 시발로 그동안 경제성장논리에 의해 「보호」받아온 경제계 각분야가 차례로 도마위에 오르리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예측은 맞아떨어진 셈이 됐다.
이후 현직 시중은행장이 대출비리와 관련, 구속돼 금융가를 경악시킨데 이어 공정위의 또다른 고위간부가 철퇴를 맞았는가하면 백원구증권감독원장이 구속된지 불과 이틀만인 4일 재경원의 한택수 국고국장이 사법처리되는등 그야말로 숨돌릴틈 없는 사정행진이 이어졌다. 증권감독원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금까지 재경원은 물론, 전신인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국장급 이상 간부가 구속된 사례가 없다.
검찰은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기획사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장의 전격구속만 하더라도 백원장에 대한 수뢰혐의 보강수사에서 드러난 「돌발변수」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원장이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측으로부터 기업공개를 시켜준데 대한 사례로 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 뒤 업체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설명이야 어떻든 관심의 초점은 앞으로 검찰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에 모아져 있다. 검찰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경제계에서는 더이상의 사정확대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수사가 장기화하고 경제책임자들이 「굴비엮이듯」 구속될 경우 국가경제에 줄 부담과 정책 혼선을 검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상황론적 분석이다. 수사가 「확전」 분위기는 아니라는 정황으로 김기수검찰총장이 이날 예정대로 회의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한 것이 지적되기도 한다.
안강민 대검중수부장도 이와관련, 이날 『백증권감독원장에 대한 수사종결 때까지 특별한 돌출변수가 없다면 사법처리 대상자는 없다』며 『사법처리대상자가 있다면 백원장 기소무렵 일괄처리할 것』이라고 분명히했다. 또 『지금까지 수사결과 특이한 사항이 없었고 앞으로도 99% 돌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까지 말했다. 안중수부장의 발언은 검찰수사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고 수뢰혐의가 일부 드러난 증감원 고위간부 2∼3명도 구속은 피할수 있으리라는 뉘앙스마저 풍기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여러 복선을 깔아놓고 수사와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16일로 예정된 김검찰총장의 귀국전까지는 어차피 「큰 일」을 벌이기 힘든만큼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수사의 수위와 범위를 조절하리라는 것이다.
즉 마무리국면이 아닌 조정국면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분석은 안중수부장의 발언이 「돌출상황」을 끝내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점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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