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파리에서 진행중인 프랑스테니스오픈서 여자단식 2회전, 복식 3회전까지 진출한 박성희(21·삼성물산)는 성깔 있기로 소문나 있지만 또 하나 영어 잘하기로도 유명하다.이전에 외국에 나가 보면 한국 선수들, 특히 여자선수들은 식당엘 가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게 일반적이었는데 박성희가 한달씩 국제대회를 돌면서도 외국선수들과 섞여 스스럼없이 장난 치며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가 성적을 내는 비결이 여기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경쟁에서든 기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웬만큼 배짱있는 선수도 외국에 나가면 일단 기가 한풀 꺾이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한국 골퍼들이 「우물안 개구리」라고 핀잔받을 만큼 외국만 나가면 힘을 못쓰는 것도 영어 콤플렉스가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3∼4명이 한 조로 18홀을 돌다보면 상대의 멋진샷에 자연스럽게 찬사도 보내고 농담도 하게 마련인데 영어가 짧은 한국 골퍼들은 클럽하우스에서부터 4∼5시간의 경기중까지 「저 친구들이 언제 무슨 말을 걸어올지」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3년전에는 국내 정상급의 선수가 경기중 의사표현을 확실히 못해 실격당한 적이 있을 정도이니 영어는 한국선수들에게 풀수 없는 짐이다.
단체경기라도 말이 안 통하면 심판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94년 브라질 세계여자청소년배구선수권서 한국팀의 간판선수가 성별검사의 잘못으로 시비에 휘말렸을 때는 국제연맹의 심판위원장인 일본인이 자신의 잘못을 「한국선수단이 영어를 잘 못 알아 들은 탓」이라며 덮어 씌우는 것을 보고 분통이 터진적이 있다.
위의 일들은 월드컵 공동개최 결정후 기자회견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통역없이 좌중을 리드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난 것이다.
정회장이 아무리 추진력과 친화력을 지녔더라도 통역을 중간에 끼우고 유치활동을 벌였다면 이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우리 선수들이 외국에 나가 주눅들지 않도록, 억울한 판정을 당하지 않도록, 또 스포츠를 통한 외교관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방안도 연구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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