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계층·세대통합 기폭제/무질서·이기심 등 병폐치유 계기/의식개혁 여부 선진민주국 가늠2002년 월드컵은 21세기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미리 점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88년 서울올림픽의 경우처럼 월드컵도 우리 사회의 의식 문화 관행 관습 등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게 틀림 없다.
월드컵 개최 준비과정이나 대회운영 기간중 국민 역량이 어떻게 결집되고 실천되느냐는 선진 민주국가로의 조기 진입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제전에 그치지 않고 국민개혁운동의 도화선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월드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을 얼마 만큼 극대화시키느냐는 문제는 국민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8년 서울올림픽은 유치 결정이후 7년동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담당했다. 월드컵도 향후 6년동안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게 자명하다.
한일 공동개최 결정이후 징조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지,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어도 6년동안 지역·계층·세대를 뛰어 넘어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 확산에 일조하리라는 사실이다.
20세기말을 뛰어넘으려는 우리 사회 앞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수 없이 널려있다. 사회 구조적으로는 지자제 이후 높아진 지역이기주의의 벽, 여전히 메워지지 않는 지역감정의 골, 세대간 갈등과 몰이해, 소외계층의 확산 문제 등이 산재해 있다.
무질서한 교통문화와 거리질서, 실종된 공공 에티켓문화, 서비스정신 실종 등 현상적인 문제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난 1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자축하는 음악회가 열린 후 잠실운동장이 쓰레기더미로 변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당주의, 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적 병폐는 개최 때까지 상당 수준 개선될 것이다. 문제는 응집된 국민의 힘으로 일궈 낸 성과를 월드컵 이후까지 지속시켜 우리 사회와 국민에 체득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88년 서울올림픽 때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친절과 웃음, 질서정연한 태도등에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그같은 얘기를 듣기란 어렵다. 월드컵은 바로 우리 사회의 이같은 병폐를 치유하고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경실련 하승창조직국장(36)은 『월드컵은 우리 사회에 남을 먼저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며 『다만 월드컵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정착되도록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누가 「월드컵 신드롬」을 결집하는 주체가 되느냐는 문제는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사실 88년 서울올림픽은 권위주의 시절 관주도형으로 치러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때문에 올림픽 열기는 쉽게 타오르고 쉽게 꺼지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만큼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21세기 최초의 월드컵을 치르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사회적 역량이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월드컵의 한일 공동 개최는 우리 사회의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피증세가 완화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물론 스포츠를 통한 양국간 교류가 과거사 논쟁에 종지부를 찍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한일 양국 국민간 월드컵을 통한 교류는 21세기 양국 관계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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