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안착 불구 시장경제 반감 커 좌파 약진/클라우스 총리 “현 연립정권 유지” 입장 밝혀구공산권 동유럽 국가중 유일한 우파정권이던 체코 연립정권이 지난달 31일 실시된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바츨라프 클라우스 현총리는 3일 텔레그라프지와의 회견에서 『소수 연립정권을 재구성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해 현 연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이날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정치적 난국을 타개할 희망적인 해결방법을 논의했다』고 말함으로써 연정 유지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클라우스 현총리의 시민민주당을 주축으로 기독민주연합, 시민민주동맹 등 3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우파연정은 이번 총선에서 200개 의석중 99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이는 92년의 112석보다 13석이 줄어든 수치로 집권연정에 대한 지지율이 급감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중도좌파의 사회민주당은 92년 24석에서 이번에 무려 61석을 얻는 대약진을 기록했으며 공산당도 22석을 확보하는등 좌파계열이 엄청난 세력을 확보했다.
좌파의 부상은 클라우스 정권의 자유시장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의외로 거세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코에서도 시장경제 도입에 따른 후유증으로 슬슬 고개를 든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가 표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좌파가 압승하지 못한 것은 클라우스가 물가를 안정시킨데다 실업률을 3%이내로 억제하는 등 경제개혁을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체코의 시장경제 개혁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 이번 총선 결과의 의미는 경제개혁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저소득층, 개혁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층이 동요하면서 반기를 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거로 회귀하려는 향수를 차단하려면 사회보장제도를 경제개혁의 틀 속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쨌든 이번 총선에서 어느 일방의 우세없이 정확히 양극화한 것은 현 연정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결과가 시장경제체제에 가장 모범적으로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는 체코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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