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씩 소집단으로 나눠 서로 공부돕게/콩나물교실 현실속 주입식교육탈피 새대안「모듬 수업」으로 초등학교 수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모듬 수업은 두명씩 줄을 맞춰 앉아 주입식으로 교사의 말을 듣던 종래의 분단학습을 탈피, 어린이들이 4∼6명씩 조를 이루고 토론을 활용하는 소집단 지도방식을 말한다.
3일 성북 초등학교 2학년 4반 수학시간. 곱셈의 초보개념을 배우느라 어린이들이 바쁘다. 김미애 교사(27·여)가 설명하고 몇가지 문제를 내자 교실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문제를 빨리 이해한 어린이들이 잘 모르는 옆과 앞의 어린이들에게 추가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것이 조금 수그러들자 교사는 몇몇 학생을 불러 문제를 풀어보도록 시킨다. 이해 못할 줄 알았던 학생에게서 순순히 해답이 나오자 김교사는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어린이들끼리 서로 도와주니까 수학과목도 이해를 더 잘하는군요』라고 김교사는 설명한다. 이 학급은 지난 4월말부터 분단학습을 모듬 수업으로 바꾸었다.
모듬 수업은 열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그 중간단계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널리 확대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에 따르면 96년 2월 현재 전국에서 열린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는 24개교. 그후 교육부가 120여개를 열린교육 연구학교로 지정했으며 300여개 학교는 몇몇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열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400여 학교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모듬수업이다.
열린교육은 배우고 싶은 학과목과 진도를 어린이 스스로 결정하는 교육방식. 우리나라에서는 진도만 어린이 스스로 결정해서 빨리 이해하면 앞서 나가도록 운용되어 왔다.
이같은 교육방식의 문제는 현재의 초등학교 교실형태와 학생수로는 무리가 있는 것. 대안으로 교사들이 선택한 것이 모듬수업이다.
어린이들 반응도 좋다. 성북초등학교 박은혜양(8·여)은 『국어나 사회시간에도 친구들과 생각을 모으니까 더 좋은 발표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정현래군(8)은 『전에는 칠판에 서로 나가려고 했는데 이제는 모듬 안에서 스스로 정해서 순서대로 나가니까 좋아요』라고 말한다.
김교사는 『어린이들이 자기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분쟁도 많아져서 더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해결책도 스스로 찾아낼 것이다. 모듬마다 리더가 생기고 서로를 챙겨주는등 소집단 개념이 싹트고 교사 눈에도 어린이들의 개성과 이해력이 더 쉽게 들어온다. 다만 학생수가 조금 많다』고 아쉬워한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의 학교발전연구본부 이인효연구원은 『주입식 분단학습으로는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인 인간을 길러낼 수 없다. 모든 교사들이 소집단 지도 수업부터 시작해야 학생수가 20명선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된 열린교육을 할 수 있다』고 권한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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