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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도 러브호텔 등장

입력
1996.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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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호텔이용해금따라… 12달러에 “사랑” 해결거주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모스크바에 러브호텔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키예프역 인근의 키예프호텔이나 보스토크호텔등이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이나 불륜의 남녀가 남의 눈을 피해 찾는 대표적인 러브호텔로 변신하고 있다.

러브호텔의 출현은 1년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일이다. 모스크바는 아직도 외지인이 체류하기 위해서는 프로피스카(체류허가증)가 필요한 곳이다.

구소련붕괴로 「거주이전의 자유」가 대폭 확대됐지만 모스크바시 당국은 러시아의 각 지역 주민들이 대거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을 막기위해 프로피스카제도를 폐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신검문을 통해 불법체류자를 적발, 벌금을 부과하고 고향으로 추방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호텔과 같은 모스크바의 숙박시설도 폐쇄적이다. 1년전만 하더라도 프로피스카를 소지하지 않은 외지인의 투숙은 물론 모스크바 시민들의 호텔이용도 금지돼 있었다.

따라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일터로 나간 친구의 아파트나 빈 다차(별장)를 찾아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이같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모스크바 시민들이 호텔에 묵을 수 없다는 규제조항이 폐기되면서부터. 젊은 층들은 귀찮게 친구 아파트나 빈 별장을 찾아나서기보다 자연히 안락하고 편리한 호텔을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몇몇 호텔의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지만 곧 키예프호텔과 보스토크호텔이 「가장 괜찮은 곳」으로 자리잡았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잇는 모스크바 키예프 인근의 키예프호텔은 구소련 시대의 가구와 흑백TV를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소비예트식 호텔이다. 호텔측은 호텔을 찾는 젊은 커플이나 비합법적인 남녀가 아직 그리 많지는 않지만 요금만 지불하면 누구나 받아준다고 밝혔다. 하루 숙박비는 평균 6만루블(12달러)안팎 이라고 한다.

고스치니즈니 프로에즈트에 있는 보스토크호텔측도 투숙을 원하는 남녀가 불륜의 관계인지 아닌지 가리지 않으며 호텔비만 낸다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호텔은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자칫 「유곽」으로 비쳐질까 잔뜩 경계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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