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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대지는 부처님 몸(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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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대지는 부처님 몸(천자춘추)

입력
199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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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녹음의 향기가 산과 들에 가득찬 계절이다. 며칠전 이른 아침에 서울 근교의 어느 공원을 산책할 기회가 있었다. 공원은 푸른 숲과 호수가 어우러져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고, 초목들은 맑고 신선한 아침공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용한 호수 위로 작은 물새가 물길을 가르며 매끄럽게 날아다녔고, 호숫가에선 몇사람의 여자산책객이 가곡을 합창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참으로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꽃나무 아래쪽을 내려다 본 순간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맥주와 커피깡통, 과자봉지가 버려져 있고 쉼터로 지어 놓은 초막의 마루 위엔 김치조각과 라면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소중한 자연의 혜택을 누렸으면 다음에 오는 사람도 쾌적한 기쁨을 누리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심, 마구 버리는 염치없는 시민의식이 부끄럽기만 하다. 우리에겐 나외에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자비심이 필요하다.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올바른 도덕관념을 지니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전국 산천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빨리 치우지 않으면 토양과 계곡의 물을 오염시켜서 결국 이 물을 받아 마시는 우리들이 자업자득의 과보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오염된 환경속에서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 위해를 받으며 살게 되는 쪽은 결국은 나 자신이요, 부모형제이고 나의 이웃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환경 속에서 살게 된다는 인과응보의 연기의 도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화엄경에서 「산하대지 진금신」이라고 했다. 「산과 물과 대자연이 모두 부처님의 몸」이라는 뜻이다. 우리 인간은 싫든 좋든 대자연의 품속에서 살고 있다. 대자연은 인간이 어길 수 없고 훼손할 수도 없는 한없이 불가사의한 진리를 담고 있으며 이는 곧 부처님의 진리로 귀결되므로 이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 겸허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산하대지 모두가 고귀한 부처님 몸이라고 했을때 누가 어디에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수 있을 것인가.<도원 천태종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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