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대회는 성격은 다르나 규모와 파급영향에서 흔히 올림픽대회와 비교된다. 일본과의 공동개최이기는 하나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유치에 성공한 것은 국가적 경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로서는 88년 서울올림픽에 버금가는 「도전과 기회」를 잡은 것이다. 월드컵축구대회는 경기장, 숙박시설 등 직접적 관련시설의 신·증설과 도로, 공항, 항만 등 필요한 간접자본시설의 신·증설 등에 막대한 자금과 재원이 소요되는 반면 텔레비전 중계료, 입장료, 관광수입 등 수입도 상당하여 경제적 이해득실이 높다. 월드컵의 경우 수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다행이다.또한 어느 나라이건간에 여러지방도시에 분산개최, 지역개발의 촉매제가 되는 것도 큰 이점이다. 뿐만 아니다. 경제외적 이해득실도 크다. 국가와 그나라의 상품뿐 아니라 문화, 예술, 관습 등에 대한 이해와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 과외소득이다. 경제적으로 손실이 있다해도 나라의 위상이 올라가고 상품브랜드 인지도가 제고된다면 그것으로 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에는 한·일 공동개최이므로 역시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경우 한·일 양국 정부와 국민이 물밑 아래 잠재해 왔던 역사적 앙금을 털어내고 진정한 선린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대회의 꽃인 개·폐회장과 경기장의 배분 등 미묘한 문제에서 상호 대립과 갈등을 보여 대회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대회가 원만히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한·일 관계에 악재가 추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 없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는 이처럼 우리에게는 중대한 영향을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88년 서울올림픽대회 때와는 다르다.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서울올림픽유치는 정통성이 취약한 군사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스포츠를 통해 얻어내기 위한 정치적 동기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기가 어떻든 일단 유치된 뒤에는 성공적인 이행을 국가·국민의 위상과 연결시켜 국민적인 합일을 얻어냈다. 돈이 얼마가 들든 올림픽대회를 차질없이 치러야 한다는데 최우선을 뒀다. 올림픽대회같은 초대형국제스포츠대회 개최는 처음인 우리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시행착오와 낭비가 불가피하게 마련인데 톡톡히 「봉」노릇을 했다는게 후일의 평이다. 또한 혈세를 들여 값비싸게 설치한 경기시설도 일부는 방치, 폐기상태에 있는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대회가 구소련 등 구공산권의 불참(미국의 80년 모스크바올림픽보이콧에 대한 보복)으로 반쪽대회가 되긴 했으나 그 조직과 운영은 효율과 능률의 대명사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의 발행인겸 대주주인 찬들러가의 사람들을 포함, 재계·학계·스포츠계·연예계·언론계 등 각계 저명인사들을 주축으로한 후원회와 이 후원회가 뒷받침한 민간조직위원회가 조직, 운영을 맡아 순수하게 민간의 힘으로 치러졌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대회는 올림픽대회를 흑자로 전환시킨 것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올림픽대회운영에 기업경영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우리도 2002년 월드컵세계축구대회는 조직과 운영에서는 로스앤젤레스방식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단독개최를 가정하여 산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계에 따르면 투자지출액 6,100억원(소수경기장시설), 총수입 4,828억원, 순수입 705억원, 입장객 352만명, 외국관광객 26만명, 텔레비전 시청자 연인원 300억명, 고용유발효과 22만명등으로 돼있다. 반감된다 해도 화려한 숫자다. 우리는 규모있는 경영을 해야 한다. 총체적인 경영계획을 편성해야 한다. 서울올림픽대회의 시행착오도 거울삼아야 한다. 경기장과 숙박시설은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신축은 필요한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관광은 이번 기회를 재건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서울올림픽때처럼 일본만 좋은일 시켜줘서는 곤란하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는 숙박시설의 신축 등으로 부동산투기 등이 촉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기회의 선용여부는 우리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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