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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의 소신/방민준 경제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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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의 소신/방민준 경제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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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국제수지 적자로 야단이다. 대통령이 국제수지 적자가 불어나는 것을 두고 현 경제팀을 질책한 뒤부터 국제수지 적자를 중심으로 한 경제문제가 시중의 화제가 돼버렸다.대통령의 질책이 아니더라도 경제가 문제이긴 문제다. 실상을 보면 이대로 그냥 놔두었다간 우리 경제가 선진국문턱에서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우선 올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65억6,000만달러에 달해 연간 억제목표선(50억∼60억달러)을 넘어섰다. 반도체 자동차등 주력상품들의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만 가고 있다. 경공업왕국이 어느새 경공업불모지로 변했다.

기업들은 세계화·국제화의 기치를 내걸고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각종 규제도 풀려 이민갈 때 거의 무제한의 돈을 갖고 나갈 수 있고 해외부동산투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해외의 투기성자금인 핫머니도 맘대로 드나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경제강대국들의 각축장에 내던져진 셈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각종 규제와 보호막을 걷어내고 있어 피하거나 기댈 곳도 없어졌다.

아무리 경쟁이 심해도 상대를 이겨낼 경쟁력만 있으면 다행인데 예상외로 우리 경제가 허약체질이라는 것이 경제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제수지 적자규모나 수출둔화현상등도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나온 것이지 하루 아침에 사태가 악화한 것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모습이 바로 우리 경제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허약한 체질로 경제선진국들의 정글인 OECD에 가입해 봐야 견디지 못한다. 7∼8년후에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 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극단적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94년 OECD에 가입했다가 핫머니가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페소화 폭락사태를 빚은 멕시코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처럼 극도로 불안한 경제상황인데도 많은 기업인과 국민들은 나웅배경제부총리의 대응자세에 신뢰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부총리는 29일 김영삼대통령에게 국제수지 적자 방어대책을 보고하고 난뒤 기자들에게 『환율이나 금융긴축등 총수요관리정책은 펴지 않기로 했다. 단기간에 수출을 늘리는 일은 한계가 있어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대책보다는 물가및 임금안정과 물류비용절감등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깨뜨리는 근본적인 경쟁력강화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총리로서 적자규모를 보는 순간 고통스러웠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사용의 유혹도 느꼈지만 부작용이 너무 커 자제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자제와 소신은 『부총리가 책임지고 일관성있게 대책을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말에서도 상당한 힘을 얻었을 것이다.

많은 경제인들이 「만약에」라는 단서를 달고 나부총리를 다시 보고 있다. 만약에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해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고 대증요법을 쓰겠다고 나선다면 우리 경제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인들이 걱정했던 것은 취약한 우리 경제구조보다는 단기효과를 노린 정책들이 쏟아져 우리 경제의 회생력 자체를 없애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금리 임금 지가등이 안정되어야 경쟁력을 갖는다」는 나부총리의 소신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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